검색
法臺에서

" , "(쉼표, 休止符)

163859.jpg

판결문을 작성하다보면 가끔씩 어떤 부분에 쉼표를 찍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한글맞춤법 사전에서 쉼표의 용례를 찾아보니 10여 가지 정도 되는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 쉼표는 그 중 '끊어 읽는 부분을 나타낼 때'에 대한 것이다. 이 쉼표는 문법의 문제라기보다는 글 쓰는 사람의 의도에 따른 문장 흐름의 구분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법관마다 글 쓰는 스타일에 차이가 있다 보니 모두가 느끼는 고민은 아닐 수도 있으나, 쉼표가 있고 없음에 따라 글의 호흡이 달라지고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종종 쉼표의 사용에 대한 고민을 한다.

 

그런데 쉼표를 어느 부분에 찍을 것인가는 삶에 있어서, 특히 일을 할 때에 있어서도 중요한 문제라 생각된다. 늘 해오던 일을 관성적·반복적으로만 하다보면 쉼표가 없는 장황한 글과 같이 본질적 의미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나의 경우도 판사로서 일을 해 온 기간이 10년을 훌쩍 넘어 20년으로 다가가고 있으니, 이를 글로 치환해 보면 단문의 글은 넘어서는 분량이 아닐까 한다. 짧지 않은 글을 독자에 대한 배려 없이 반복된 표현과 장황한 문장으로, 그저 하고 싶은 말만 써내려 간다면 전혀 좋은 글이 될 수 없을 것인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혹시 그와 같지는 않은지 조심스럽다. 때론 쉼표를 찍어 호흡을 고르고 앞뒤 부분의 의미를 나누어 보는 것, 즉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내가 해오던 일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할 부분에 대해 설계해 보는 것도 전체적인 업무수행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우연한 기회에 '법대에서'란에 글을 실으면서 잠깐씩이나마 하던 일을 멈추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여러 가지 반성과 다짐도 했었다. 지루하고 장황한 글에 쉼표를 찍어 넣은 듯한 느낌이다. 어떤 계기가 되었든 가끔씩 쉼표를 찍으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그 쉼표를 기준으로 전·후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번 주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바쁜 일상과 업무에서 잠시 한발 물러나 삶의 쉼표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다. 누군가에는 의미 없는 쉼표가 될 수도 있고, 결정적인 쉼표가 될 수도 있다. 현재의 상황에 답답함도 느끼겠지만 우리 삶에 찍힌 이 쉼표를 의미 있는 구두점이 되도록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임영철 부장판사 (대구지법 포항지원)

미국변호사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