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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에 대한 직무평정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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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법관 평정의 헌법적 의의와 비교법적 검토의 필요성

법관의 평정제도는 서열에 입각한 인사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할 위험이 높다는 비판, 사법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그 법률상 근거와 내용적 기초는 취약하고 학문적 관심 역시 부족하다. 법관이 수행하는 직무의 중대성과 국가의 사법보장책임에 비추어 법관에 대한 평정의 필요성은 당연히 인정되지만 법관이 수행하는 직무와 사회성을 포함한 인격을 비판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직무평정은 사법행정권자의 그 어떤 직무감독적 행위보다 법관의 독립성 원칙과 긴장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관에 대한 평정은 그 필요성과 한계에 관한 긴장관계의 인식을 바탕으로 둘 사이의 규범조화적 해석과 세심한 적용이 요청되는 영역이다. 이 글에서는 법관 임용구조와 평정을 위한 환경과 구조가 우리와 유사하면서도 투명성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한 원리와 절차에 있어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는 독일 사례의 분석을 통해 우리의 법관 평정 제도가 나갈 방향을 제언해보고자 한다{자세한 소개와 제언은 졸고, '법관에 대한 직무평정과 평가-독일 사례의 분석과 제언-', 저스티스 제179호(2020. 8.) 참조}.


Ⅱ. 독일의 법관 평정과 평가
1. 직무평정에 관한 독일의 법령 체계

독일기본법의 해석에 따라 국가의 사법보장의무의 실현을 위하여 능력 및 전문적 성과가 최고인 사람을 공직에 임용한다는 최고선택의 원칙의 실현을 위하여 직무감독적 조치의 하나로서 직무평정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기본법이 정한 바에 따라 법관의 '적합성', '능력', '전문적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국가의 사법보장의무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기본 조건을 형성하며 직무평정은 그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적 원칙과 책무의 실현도 또 다른 헌법적 원칙인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따라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평정은 효과적인 권리구제 수단에 의하여 확인·교정되어야 한다. 평정의 대상은 각 주(州) 소속 하급심 법관들이므로 각 주의 법률은 평정의 본질적인 사항을 정하고 사법행정권자에게 세부적인 시행에 관한 규율을 위임한다. 이 때 본질적인 사항이란 '평정의 대상 및 항목, 평정권자, 종류와 기간, 활용, 결과의 공개를 비롯한 평정 절차 및 불복방법' 등 이다. 한편 독일 각 주의 사법행정권자는 사법보장의무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고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력개발개념'을 도입하였는데 이를 위해 법관의 직급과 법원 계열에 따라 '법관에 대한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그 토대 위에서 평정을 실시한다. 이러한 법령의 내용과 체계는 우리의 법원조직법 및 평정규칙과는 크게 대비된다.


2. 구체적인 평정의 내용과 절차
독일은 수요와 역할에 조응하는 평정시스템을 갖고 있다. 정년법관으로 임용되면 임기의 정함이 없이 강력한 신분보장을 받는 독일은 3년간의 예비법관 기간 동안 3회 정도 3단계(적합, 부적합, 적합 보류)로 나누어 정년법관 임용의 적합성을 평가한다. 정년법관으로 임용되면 주마다 대개 4년에 한 번씩 '정기평정'을 실시하고 승진이나 파견 등 인사 수요에 앞서 지원자들만을 대상으로 '대상 직위의 적합성에 대한 예측적 평가'로서'특별평정'을 실시한다. 


직무평정의 내용적 대상은 기본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법관의 전문적 성과, 능력, 적합성으로 구분된다. 구체적으로는 평정기간 동안의 사건처리율과 장기미제 등을 바탕으로 한 업무의 양, 법관이 처리하는 업무의 질, 법관에게 요구되는 필수적인 사회적 능력을 바탕으로 한 업무수행방식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이러한 요소들의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법관의 직무수행에 관한 전체적인 상을 얻어야 하므로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가 동시에 그리고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하고 실제 평정실무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법관에 대한 요구사항'에 기초한 세부적인 평가 항목을 규칙에서 자세하게 규율하고 이 때 평정서의 초안도 함께 공개한다. 


독일의 법관 평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절차적 특징은 '평정을 위한 대화'이다. 평정은 법관들에게 개방되고 법원장은 법관들과 상의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본질적인 내용이 토론됨으로써 오해가 제거되고 평정기간 동안 발생한 법관의 약점을 설명하면서 업무적 성취를 인정하여 동기를 부여하여야 한다(바이에른주 평정규칙). 이를 위해 평정권자인 법원장은 '최대한 광범위한 평가근거'를 기초로 평정 초안을 작성하여 토론에 임해야 한다. 따라서 평정의 과정과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며 같은 견지에서 평정초안에 관한 법관의 이의진술은 반드시 평정서에 병기되어야 한다. 

한편 평정제도의 개선을 위해 법관대표들이 참여하는 '평가그룹'을 조직하여 평정의 절차와 결과를 분석한 후 대안을 제시하고 자율적 법관기구들도 계기가 있을 때마다 절차 개선을 위한 입장을 제시한다. 그리고 법관에게는 직무법원과 행정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두 가지 불복절차(전자는 평정의 전부 또는 일부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였음을 전제로 한 확인소송, 후자는 그 밖의 법적 하자를 원인으로 한 항고소송)가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독일의 사례 분석을 통해 취할 수 있는 핵심적인 시사점은 평정 내용과 절차가 갖는 세 가지 적극적 특성, 즉 '투명성', '객관성' 및 '개방성'이라 할 수 있다.



Ⅲ. 제언-투명성·개방성·객관성 원칙의 실현
1. 독일 사례의 분석을 바탕으로 한 직무평정 개선의 제언
우리 평정시스템의 첫 번째 문제는 법원조직법이 헌법적 요청에 따른 본질적인 사항을 규율하지 아니한 채 오히려 위헌적인 요소(상소율·파기율, 직무평정의 활용 범위에 '전보'를 포함시킨 점)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직무평정의 역할과 위상, 특히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직무감독적 성격에 주목하지 않은 결과로서 법원조직법(제44조의2)은 평정의 공개원칙을 포함하여 헌법과 평정규칙의 합목적적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하게 해낼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개정 예시안은 필자의 논문 참조). 


또한 법관 평정을 정당화하는 헌법의 특별한 요청인 법관연임제를 기초로 승진제도 폐지와 법관 이원화와 같이 변화된 법관인사제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서 확인된 '자의적 법관평가 가능성'에 대한 반성적 고려를 바탕으로 평정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 법관에 대한 평정은 정기·특별평정으로 구분하고 전자의 경우 '법관의 연임적합성'을 위한 3단계 평가(독일 예비법관 평정과 같이 적합, 부적합, 보류)로, 후자의 경우 '선발성 보직에 대한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세분화된 단계적 평가로 구분함이 타당하다. 이로써 법관에 대한 재판 외 보직이 법관의 통상적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한 발탁인사라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법관인사제도의 목적과 수요에 조응하는 종합평정체계의 수립). 나아가 '최대한 광범위한 평가 근거'를 바탕으로 객관성을 보장할 때만이 평정의 목적 실현이 가능하므로 이를 위해 내용과 근거를 원칙적으로 공개하고 특히 '적합' 평정을 받지 않은 법관에게는 그 사유를 설명하여야 한다. 연임적합성을 기초로 한 정기평정은 부적격자를 가려내는 '면직의 계기' 뿐만 아니라 법관들로 하여금 직무수행의 전 과정을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는 측면이 함께 강조되어야 한다. 그리고 평정의 일부 또는 전부에 관하여 독립성 침해를 원인으로 한 별도의 불복절차(직무법원 또는 법관독립위원회)를 두어 객관성 보장과 연임을 비롯한 법관인사의 수용가능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2. 투명성·개방성 원칙의 외부적 확장-외부평가의 직무평정 편입
독일의 사례는 법관 직무평정이 투명성·개방성·객관성을 바탕으로 할 때 합리적인 평가 방법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국민의 사법 참여와 감시에 관한 질적인 차이에 비추어 볼 때 독일과 달리 우리에게는 법관의 직무수행을 감시하고 평가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투명성·개방성 원칙의 외부적 확장과 사법의 책임성 실현을 위한 공적 공간의 마련). 구체적으로는 법관의 독립성 원칙을 외부평가에서도 일관되게 실현되어야 하므로 변론의 준비와 절차 진행 등 정성적 평가 영역으로서 '과정지향적 평가'를 원칙으로 하면서 평가의 주체는 변호사가 아닌 소송관계인 전부로 확장하고 그 결과는 직무평정의 기초자료 중 하나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점수화된 외부평가가 법관의 직무평정과 인사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이 글에서 제안한 새로운 직무평정 체계와는 구조적으로 어울리지 아니함을 참조).



Ⅳ. 마치며-사법의 민주화와 관료 사법의 극복을 위하여

법관의 직무평정을 살피는 것은 곧 법관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물음에 답을 찾는 일이고 그 개선을 모색하는 것은 사법의 민주화를 실현하고 관료화된 사법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독일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한 이 글의 제언과 같이 법원조직법 개정을 필두로 투명성·객관성·개방성 원칙을 바탕으로 법관의 평가와 평정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것은 오늘날 법관의 독립과 사법의 책임 실현을 위한 중요한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경열 판사(수원지법 안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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