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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정치인의 판사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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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광복절 일부 보수단체가 주도한 광화문 집회를 허용(서울시의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한 판사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광화문 시위를 허가한 판사의 해임 청원'이란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동의한 사람 수는 청원이 올라온 지 8일 만인 27일 오전 30만명을 넘어섰다. 이 청원 글에는 "(판사에게) 코로나 대응 시국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는 주장까지 담겼다.

 

코로나19 재확산 주범으로 광복절 집회를 지목하고 나선 여당의 비난 수위는 훨씬 더 높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이원욱 의원은 22일 합동연설회에서 해당 판사를 겨냥해 "국민들은 그들을 '판새(판사 새X)'라고 한다"며 "그런 사람들이 판사봉을 잡고 또다시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도대체 법원은 국민의 머리 위에 있는가"라고 힐난했다.

 

정부까지 해당 판사와 사법부에 대한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당 판사에 대해 "잘못된 집회 허가를 했다"며 "코로나19가 확산되라고 그런 결정을 하진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확진자가 생기고 전파되는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역시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원이) 사태를 안이하게 판단한 것으로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이 사건의 결정문 전문까지 공개하며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들은 척도 않는다.

 

판사와 사법부에 대한 비난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닐 정도로 일상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국민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사법부와 판사를 무차별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사법부를 향한 정부·여당의 비난을 보면, 과연 '사법부와 법관, 재판의 독립'을 외치며 '사법개혁'을 주장했던 사람들이 맞나 싶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올 1월 시무식에서 "좋은 재판의 전제인 법관의 독립을 위협하는 움직임에 단호히 맞서 소신껏 재판할 수 있는 여건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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