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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에게 자리를 찾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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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답변에 따라 세대와 생활 패턴을 대충 알 수 있다. 최근 그룹 이름을 변경하고 광고를 많이 한 모 대기업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면 TV를 많이 보는 사람일 것이다. MT에서 자주 하던 '디비디비딥' 게임이 떠올랐다면 '옛날 사람'일 것 같다. '데이터베이스'의 약자로 생각되었다면 IT업계에서 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DB'는 원래 database의 약자가 맞다.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모음이라는 뜻이다. IT 용어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IT업계 밖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구글에서 '디비 판매'라고 검색을 해 보면, '보험디비 팝니다', '주식디비 팝니다' 등 각종 디비를 판다는 광고가 넘쳐난다. 이럴 때 '디비'는 사실 특정 집단 또는 선호가 비슷한 개인들의 연락처, 영업용 개인정보를 의미하는 일종의 은어다.

 

이렇게 정보, 즉 데이터를 사고 팔게 된 것은 정말 오래된 일이다. 물론 불법이 아니라 합법적으로도 사고 판다. 길거리를 가다가 어떤 질문에 대한 스티커 하나만 붙여 달라면서 볼펜을 주는 단체의 회원들은, 볼펜 하나의 값에 그 질문에 대한 나의 선호라는 데이터를 팔라고 청하고 있는 것이다. 후기를 남기면 500포인트를 준다는 이커머스 업체의 광고, 사은품을 준다면서 명함을 넣으라는 식당의 구멍 뚫린 아크릴 통도 모두 같다. 사실, 현실에서 데이터는 돈 주고 살 수 있는 것이 맞다.

 

그런데 법은 아직까지 이렇게 데이터가 돈 주고 살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 장물아비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때는 "그 물건이 당신 것이 맞냐"고 물어보는데, 디비를 파는 사람에게는 "정보 주체에게 제3자 제공 동의를 받았소?"라는 이상한 질문을 해야 한다.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훔친 사람은 그 훔친 행동을 처벌하면서, 서버에 침입해 데이터를 훔친 해커에게는 서버에 들어간 행동만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좀 본질을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우리는 정보사회에 살고 있지만, 그 핵심인 데이터는 저작권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땜빵으로만 보호되고 있다. 그래서, 허점도 많고 보호되지 않는 영역도 많다.

 

요즘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논의되고 있다. 데이터를 사고 팔 수 있는 물건과 같은 자산으로 본다면, 법적 관계도 훨씬 간단해지고 데이터나 데이터의 소유자에 대한 보호나 보상도 더 명확해질 것 같다. 이런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고, 빨리 도입되어 인정되기를 바란다.

 

 

천준범 변호사 (법무법인 세움)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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