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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원 미제사건 증가 추세 되돌릴 해결책 마련해야

우리나라 법관의 업무량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과거 많은 법관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헌신적인 노력을 한 덕분에 그 어느 나라보다 신속하면서도 수준 높은 재판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법원통계월보에서 나타난 법원 1심의 미제사건 증가 추세는 우려의 수준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온다<본보 2020년 8월 17일자 1·3면 참고>. 특히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의 경우에는 올해 상반기 접수건수가 1만685건인 데 반해 처리건수는 5435건에 불과해 사건처리율이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로 미뤄볼 때, 사건처리율의 가파른 감소가 사건처리속도의 감소와 미제사건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지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그러한 추세는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법원 사건처리율의 감소와 미제사건 급증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간에서는 요즘 재판과 판결의 질(質) 역시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 적지 않다. 재판의 질을 사건처리율과 같이 계량화하기는 어렵지만, 재판기일에서 논의도 되지 않은 핵심쟁점이 판결문에 등장해서 결론을 좌우한다든가, 비슷하지만 그러나 결코 같지 않은 다른 사건의 판결문의 이유를 그대로 복사해서 붙인 판결문이 있다든가 하는 얘기들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앞선 통계의 결과가 사건의 충실한 심리를 도모한 나머지 사건처리율이 떨어진 결과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우리나라 재판의 양과 질이 한꺼번에 낮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척 걱정스럽다. 

 

최근 미제사건 증가 추세의 원인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관들의 전반적인 사기 저하, 승진제도 폐지로 인한 근로의욕의 감소,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 변화, 그리고 이른바 '웰빙판사'의 증가를 꼽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의 해결책으로서 뾰족한 방책이 없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다. 법관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일한 사람이 그만큼 보상을 받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이라고 제시할 수 있는 게 없다. 판사 정원을 늘리고, 1심을 단독화하고, 대체적 분쟁해결 제도를 다시 활성화해야 한다는 해결책을 내어놓기도 하지만, 사법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의문이다. 

 

그런데 정작 법원 당국은 이번 통계가 시사하는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지, 나아가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당시 스스로를 '31년 5개월 동안 법정에서 당사자들과 호흡하며 재판만 해온 사람'임을 강조하며 "그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어떤 모습인지 이번에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이제 다음 달이 되면 대법원장 임기도 반환점을 맞는다. 지금까지 무엇을 보여주었고 앞으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