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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쟁점 도출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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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2차 시험에 과목당 2시간만 배정하는 것은 악필이거나 필기속도가 느린 수험생의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수험생 중 한 명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다. 비록 심판청구가 부적법한 것으로 판단되어 각하되기는 하였으나 본안에 관하여 법무부에서 냈던 아래 의견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사법시험은 판사·검사·변호사 등의 법률실무가로 종사하기 위한 실무적인 학식과 능력을 갖춘 자를 선발하는 시험이며, 이러한 실무가로서의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법률적 쟁점이 많은 문제를 제한된 시간 내에 작성토록 함으로써 출제된 문제를 파악하여 문제되는 법률적 쟁점을 신속하게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므로 시험시간의 제한은 필요하다."

 

수험생 시절에는 법무부의 이 같은 주장을 보고 모든 법률 실무가가 신속하게 쟁점을 도출할 필요는 없지 않은지, 신청인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 않은지 고민에 빠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적어도 필자가 직접 경험해본 변호사는 신속한 쟁점 도출 능력, 좀 더 넓게는 신속한 대응 능력을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의뢰인의 고민을 재빠르게 파악하여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누구보다 먼저 깔끔하게 펼쳐 보여줄 수 있어야 의뢰인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속하게 대응방안을 제시할 수 없다면 신속하게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역시 변호사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마치 호수 위에 우아하게 떠 있으나 물 속에서는 쉬지 않고 발길질을 하는 오리처럼 의뢰인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최대한 깊고 정확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떠올린 척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변호사는 항상 준비하고 시간을 확보해두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이미 경험한 쟁점이면 곧바로 대안을 제시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확보한 시간을 대안 준비에 바로 투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변호사는 국가로부터 신속 쟁점 도출 능력을 인정 받았으나 그 능력을 여전히 갖추고 있는지 의뢰인들로부터 끊임 없이 평가당하는 존재인 것 같다.

 

 

이용민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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