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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공소장 쓰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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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에게 공소장은 얼굴이었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단장을 한 후에 다른 사람에게 얼굴을 내밀 듯이 공소장은 그렇게 나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과 같았다. 그러기에 공소장에는 오타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되는 것이었고, 결재과정에서 과할 정도로 완벽이 요구되는 것이었다. 사법연수원 교육과정에서도 공소장 작성은 검찰실무에 있어 핵심적인 내용이고 과제였다. 수사기록을 검토하여 기소할 부분과 불기소할 부분을 정확히 판단하고 그에 따라 공소장과 불기소장을 제대로 작성하는 것은 검사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공소장은 정형적인 틀에 맞추어 작성하였고, 공소사실에 죄명별로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이나 표현이 빠져서는 안 되었다. 무엇보다도 공소사실은 하나의 문장이어야 했다. 공소사실은 한 두 페이지로 작성되는 사건이든, 수 백 페이지가 되는 사건이든 '피고인은'으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것이다'에 이르기까지 문장은 한 개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공소사실을 하나의 문장으로 작성하면서도 필요한 요소들을 누락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간결하게 작성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기도 했다.

 

지금은 '한 문장 공소사실'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공소사실 쓰기가 가능하다. 하나의 문장이 아닌 여러 문장으로 나누어 작성하고 '전제사실, 당사자 관계, 범죄사실' 등 여러 요소들로 나누어 공소사실을 작성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성자의 문장실력 내지 글솜씨가 공소사실에 드러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검사에 따라 공소사실이 잘 작성되었다고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공소사실 작성에 있어 하나의 공통된 경향을 찾으라면 장황하게 작성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공소장일본주의의 확립에 따라 공소장 외에 증거기록 등을 제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검사로서는 공소유지를 위하여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선입관을 불러 일으키거나 피고인에 대해 나쁜 인상을 줄 수 있는 내용이나 표현들을 공소사실에 담고자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채널A 이동재 기자에 대한 공소장에서 녹취록에도 없는 내용이 공소사실에 기재되어 논란이 된 것과 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실이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공소사실에 기재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증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객관적 사실을 공소사실에 기재하여야 하는 것은 검사로서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조직개편과 맞물려 검찰 내외적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개혁도 좋고 형사공판의 강화도 좋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린 거대담론에 매몰된다면 내부의 충돌과 반목만을 불러 일으킬 뿐 국민을 위한 검사의 본분과 기본은 모두 사라지고 말 것이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고,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검사의 정체성에 대한 자각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공소장을 어떻게 쓸 것인지'부터 고민해 보면 어떨까? 지금은 '공소장 쓰기 연습'이 필요한 때인지도 모르겠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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