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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증거에 대한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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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하는 입장에서, 보다 명쾌하고 생생한 증거가 제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늘 있다.

 

민사재판을 하다보면 일부 내용이 불명확한 계약서가 증거로 제출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당사자들은 "계약체결 당시 구두로 논의한 내용을 고려하면 위 계약서 문구의 해석은 어찌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계약내용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계약서 작성 당시 참여한 제3자를 증인으로 불러 사실을 확인하는데, 그 증인의 진술도 속 시원한 해결책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제3자마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차선책으로 당사자신문을 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명쾌한 해결책은 아니다.

 

한편으로 형사재판을 하다보면, 요즘은 방범용 CCTV 카메라 및 차량용 블랙박스 설치가 늘어남에 따라 범행장면이나 사고장면 또는 피고인의 알리바이를 보여주는 장면이 그대로 촬영되는 경우가 많아져서, 해당 영상자료가 재판 증거로 제출되는 사례가 상당하다. 이러한 영상자료는 목격자의 진술을 대체하여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핵심증거가 된다. 방범용 CCTV 카메라 등의 설치 확대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존재할 수 있고, 나도 과도한 설치 확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지만, 형사재판만을 두고 이야기 한다면 관련 영상자료가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억울함을 명쾌하게 풀어주는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이론을 제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시대가 바뀌고, 스마트폰 활용 방식이 변화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일상을 촬영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아지고 있다. 계약체결 장면 등을 촬영하는 것도 어색하게만 여길 것은 아닐 듯하다. 앞서의 민사재판 사례와 같이 중요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 당사자들이 '서로 합의 하에'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계약 장면을 촬영해 보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현재 촬영중'이라는 인식만으로도 서로 더 신중해 질 수 있고, 합의 내용은 잘 정리되어 오해와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덤으로, 장래에 재판을 할 법관은 생생한 증거를 제공받을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기술변천과 생활방식의 변화 등으로 향후 재판에서는 과거의 증거방법보다 더 객관적이고 생생한 증거방법들이 제출될 것이라 예상한다. 보다 생생한 증거가 제출되면 보다 더 정확한 재판을 해야 할 것이고, 이는 법관의 숙제이다.

 

 

임영철 부장판사 (대구지법 포항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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