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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왜 법관이 아니란 말인가

- 0심 규문법관인 검사와 0심 규문재판연구관인 경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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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지난 7월 27일 내놓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이를 고등검사장에게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한 검찰 개혁 권고안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축소하고 공수처를 설치하는 개혁 등의 변화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추가적 개혁의 필요성 주장 등이 존재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견해들은 각각 나름의 설득력이 있으며, 어느 한쪽이 명백히 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듯한 모습이다. 왜 형사사법기관의 권한 남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에 관한 견해들은 어느 하나도 대세적이고 종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가? 그 이유 중 하나는 검사와 경찰에게 규문법관·원님판사와도 같은 권력을 주어놓고는, 이들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여러 기관이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온갖 옥상옥식의 불완전한 개혁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오늘부터 이혼소송의 소장은 국가가 지정한 특정 변호사의 검토를 통해서만 제기할 수 있게 되고, 해당 변호사에게 객관의무를 요구한다고 해보자. 그리고 해당 변호사가 ‘증거나 법리가 부족하여 못 이길 사건’으로 판단하면, 소송을 제기해줄 다른 변호사를 찾아가기는 어렵다고 해보자. 그러면 해당 변호사는 이혼소송의 0심 판사와 다름 없는 지위와 권한을 가지게 된다. 이 변호사가 객관의무를 고려하여 숙고 끝에 제기한 이혼소송은 95% 이상 원고가 승소할 것이다. 원고 변호사는 증거나 법리가 부족한 사건은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방법으로 설사 사건이 진행되더라도 결국 피고가 승소할 사건임을 은연중에 드러낼 것이다.

이러한 가정이 기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가정이 아니라, 실제로 형사소송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첫째, 소송에 접근하는 경로를 특정 검사로 일원화하고 둘째, 원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검사에게 객관의무를 부여했다는 점 때문에, 검사는 사실상 수사권과 준재판권을 모두 가진 0심 규문판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검사 출신의 엄상익 변호사는 ‘검사는 재판관이 되었다. 경찰서 형사는 옷걸이에 옷을 걸어두고 당사자들에게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면서 판사처럼 판결을 하려고 한다. 이제는 차라리 사인소추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일종의 0심 규문법관이다. 경찰은 0심 규문재판연구관이다. 이들은 법정의 법대 위에 앉아 공개재판의 형식을 통해 형식적 판결을 내리지는 않으나, 규문법관과 유사한 권한을 가진다.

과거 규문주의적 형사소송구조에서는 규문법관이 수사·기소·재판 권한을 다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형사소송구조는 원님재판으로 불렸고, 규문법관의 확증편향을 절차적으로 시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형사소송구조에 법관-검사-피고인의 삼면당사자주의와 탄핵주의가 구축되었고, ‘전근대적 원님재판에서 벗어난 현대적·과학적인’ 소송구조에 따라 억울하게 처벌받는 피고인의 수가 감소했다는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허점이 있다. 검사는 ‘수사와 기소만 할 뿐 판사가 아니어서’문제가 없다는 것이 이 이야기를 타당하게 만드는 논리이다. 그런데 검사는 실제로는 과거에나 지금이나 수사하는 0심 규문법관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불완전한 것이 되어버린다.

민사소송에서 상대방의 심기를 맞추려는 당사자는 없다. 그런데 가해자(피의자)는 상대방의 지위에 있는 검사와 경찰을 마치 법관을 설득하듯 조심스럽게 설득하려고 든다. 경찰은 고소인을 원고로, 피고소인을 피고로 놓고 비공개 재판을 한다. 검찰은 경찰을 원고로, 피의자를 피고로 놓고 비공개 재판을 한다. 검사의 기소/불기소 결정과 경찰의 기소의견/불기소의견은 0심 법관과 재판연구관의 유·무죄 판결과 다를바가 없다. 조사는 일종의 비공개 심리와 비슷하다. 오히려 이는 재판의 실질을 가지면서도 재판이 아닌것처럼 수사기관의 자의에 따라 비공개로 이루어져서 당사자 입장에서는 대등한 공격·방어를 위한 절차가 보장되지 않아 불공정하기까지하다.

민사소송의 변호사가 가지는 ‘소송제기권’은 재판권의 성격이 없다. 그러나 형사소송의 검사가 가지는 ‘기소권’과 경찰이 가지는 ‘기소의견 제시권’은 사실상의 준재판권과 다를바가 없다. 왜냐하면 이들이 의뢰인의 지위에 있는 피해자·고소인을 편면적으로 조력하는 것이 아니라, ‘준사법성·객관성을 가지고’혐의 유무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정된 사건을 불기소하더라도, 피해자가 다른 검사나 경찰을 찾아가서 형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유효한 가능성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은 기소가 이루어진 이상 유죄판결 비율이 95% 이상에 달한다. 형사소송은 1심에서 패소한 피고가 항소해서 2심 법정을 갔는데, 2심의 원고를 1심 재판장이 직접 대리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1심 재판장은 당사자가 아니라 법관이므로 상대방의 이익도 고려하여 균형 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따라서 2심 재판장은 대부분의 사건에서 1심 재판장의 주장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형사소송의 검사도 마찬가지다. 검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일삼을 수 있는 당사자가 아니라 객관적인 준사법기관을 자처하는 규문법관이다. 즉 형사소송은 1심 재판장이 검사라는 0심 법관의 판단대로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이 혹여나 실수는 아닌지 확인하고 합의하는 절차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검사와 경찰이 과거의 현인들이 그토록 제거하려고 노력했던 규문판사가 모습을 바꾼 또 다른 형태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따라 해결방안을 모색하지 않는한,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이며 옥상옥식의 개혁안이 누더기처럼 제시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수사기관 권한 남용의 문제를 제거하려면 첫째, 검사와 경찰이 형사소송에 이르는 경로를 일원적으로 장악할 수 없어야 한다. 둘째, 검사와 경찰의 객관의무가 제거되어야 한다. 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사인소추주의(형사소송에 접근하는 경로의 다원화)와 변호사에 의한 수사참가 제도(검사와 경찰의 객관의무 파기)가 요구될 것이다. 사인소추주의는 검사가 사건을 불기소하더라도, 피해자 등 이해관계인이 원하면 피의자를 기소할 수 있는 제도이며 일부 국가에 존재한다. 변호사에 의한 수사참가 제도는 경찰을 일종의 국선수사관이라고 했을 때, 피고인이 원하는 경우 사선변호인을 자신의 비용으로 선임할 수 있듯이, 사선수사관을 자신의 비용으로 선임하여 수사를 조력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검찰에게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어서 그 권한을 경찰과 공수처와 같은 기관에 적절히 배분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검사와 경찰이 규문법관의 성격을 갖는데에서 권한 남용의 문제가 시작된다는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변호사는 민사증거수집권과 민사소송제기권을 완전하게 독점하고 있지만 어떠한 권한 남용의 문제도 없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를 확대시키는 촉매에 불과하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검사와 경찰이 사실상의 규문법관이라는데에 있다.


김기원 변호사(법무법인 서린·한국법조인협회 법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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