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월요법창

말의 이면

163554.jpg

말의 이면을 의심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은 대부분 입증되지 않기 때문이다. 입증되지 않은 채 의심으로만 존재하는 세계는 위험하다. 그 의심을 진실이라고 믿어버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그곳에서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어떤 말을 할 때, 되도록 그 말이 담고 있는 문언적 의미를 그의 진심이라고 믿는 편이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면을 담지 않은 언어로 대답하고자 노력한다.

 

검찰 개혁이라는 말과 함께 '형사부·공판부 강화'라는 말이 떠오른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검사생활을 오롯이 형사부와 공판부에서 보내온 검사로서 가슴이 뛰는 말이었다. 형사부·공판부의 업무가 검찰의 중심으로서 자리매김 하고, 강화된 형사부·공판부를 가진 검찰은 국민의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떠받치는 형사사법시스템의 한 축으로서 제 역할을 담당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일은 좀 고되더라도 보다 긍지와 보람을 가지고 일할 수 있지 않을까, 높은 곳에 떠올라 반짝 빛나는 말은 황홀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높이 떠오른 말이 마침내 구체적인 시스템으로, 조직문화로, 모두가 기꺼이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는 새로운 질서로 나의 업무 책상에까지 내려앉기를 기다렸으나, 도통 지상으로 내려와 그 구체적인 디테일을 보여줄 기미가 없다. 이쯤되자 슬며시 의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저 말은 '형사부· 공판부 강화'라는 문언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실은 그 이면에 다른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근거 없이 말의 이면을 의심하는 일은 헛되다. 형사부와 공판부의 강화가 국민의 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검찰이 되기 위한 방편임을 믿는다는 말을 믿는다. 어쩌면 저 말이 지상으로 내려오지 못하는 이유는, 이면을 가져서가 아니라 다만 자기 스스로도 그 디테일을 알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구체적인 얼굴을 갖추기도 전에 저도 모르게 너무 높이 떠올라 차마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이제 그 디테일을 찾아 주는 일이다. 강화된 공판부와 형사부가 어떤 얼굴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 어쩌면 우리 안에 이미 답이 있다.

 

 

정명원 검사 (서울북부지검)

미국변호사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