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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흐려지고 지치지 않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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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어느 신문에 게재된 '코로나19와 함께 온 현대'라는 칼럼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한 소설가가 IT기업에서 일하는 친구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글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장점에 대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니 사람보다 그 사람의 말에, 내놓는 결과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어울리고 회식하다 보면 친한 사람, 안 친한 사람 생길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일과 결과로만 평가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성과만큼 공정하게 평가받고 '그 이상을 받거나 그 이하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내 시간과 감정까지 갈아 넣지 않아도 되는' 일과 생활의 분리, 균형은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변화라고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비로소 유의미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였지만,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 생활을 비롯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고민과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는 것 같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미움 받을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아들러의 심리학을 설파했던 책이 5∼6년 전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인생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말고 세상의 정답에 굴복하지 않으면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고 강조했던 책은 우리나라에서 100만권이 넘게 판매되고 일본에서도 30만권이 판매되었다.

 

아이돌그룹 BTS도 읽었다는 이 밀리언셀러의 저자가 최근 인간관계에 관한 책을 다시 내놓았는데, 책 이름이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이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써도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고, 인간관계에 완벽한 정답은 없는데 답이 없는 문제의 정답을 찾으려 하면 내 마음만 병들 뿐이라고 한다.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노력하되, 내가 흐려지지 않고 지치지 않을 정도의 건강한 경계는 있어야 나를 지킬 수 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건강해진다고 한다. 나와 관계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을 찾는 일, 아마도 살아가면서 계속 고민해야 하는 숙제일 듯하다.

 

 

주상용 지청장 (창원지검 통영지청)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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