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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사건의 홍수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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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장맛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법원은 요즘 하계 휴정기라서 이용자들의 불편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보통의 판사들은 휴정기를 제외하고는 밀려드는 사건의 홍수 속에서 일에 파묻혀 지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가는 미제건수를 보면서 언제까지 이런 사법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을지 걱정이 들 때가 있다. 

 

혹자는 사건수가 많으면 판사를 더 뽑으면 될 일이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3천명이 안 되는 전체 판사 중에 1~2백명 늘린다고 사건 적체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기 어렵고, 갑자기 판사수를 2~3배로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 판사를 선발한다고 저절로 재판을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개인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숙련된 판사가 되기까지는 임명 후 최소 4~5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을 나가 변호사로 활동하는 선배 법조인들로부터 요즘 법원 재판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그냥 그분의 개인적인 견해라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상급심 판사들 중에서 하급심 재판에 대해 그런 평가를 하는 분들도 드물지 않게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재판이 더 좋은 재판이었다는 것은 아니다. 법원 내부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좋은 재판과 실제 재판의 수요자인 국민들이 느끼는 좋은 재판도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체 접수건가 늘지 않는데도 미제건수가 늘어가고 있고, 그로 인한 당사자들의 불만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 구성원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건심리모델의 개선이나 대체적 분쟁해결수단의 강화 등 노력과 함께 사법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문제가 없는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법정증언과 중복되거나 사건의 쟁점과 관련 없는 소송자료를 모두 제출받아 상급심까지 중복해서 검토하는 것이 맞는지, 새로운 법리적 쟁점이 없는데도 일률적으로 장문의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이 필요한지 등 생각해볼 문제들이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일정 영역에서는 과거의 익숙한 것들과 작별을 고하고 당사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최형표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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