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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휴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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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7월 마지막 주, 8월 첫째 주는 법원의 휴정기로, 긴박하게 사건을 진행해야 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재판을 진행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재판이 진행되지 않아서 민원인 등 방문자도 눈에 띄게 적어지는데다가 근무자들의 여름휴가기간과 겹치는 탓에 법원은 매우 한적하다. 특히나 평소에도 절간이라고 불리는 판사실은 더욱더 시간이 느리게 가는 느낌이다. 

 

통상 재판기일이 1주일에 1회 진행되는 관계로 법관의 업무는 1주일 단위로 돌아간다. 때문에 요일별로 처리해야 할 일을 정해놓고 그 루틴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수개월이 순식간에 지나 휴정기를 맞는다. 그 때쯤에야 루틴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면서 놓쳤거나 따로 시간을 내어 처리하기 어려워 미뤄두었던 업무를 챙겨볼 여유가 생긴다. 대부분은 가외적인 업무 이외에 기일이 추정된 사건이나 장기미제사건이라든가, 소위 말하는 '깡치', 즉 사건이 복잡하거나 법리가 까다로워서 검토하는 데 많은 시간을 요하는 사건 등의 처리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사건 파악이나 판단이 쉽지 않은 것이어서 휴정기의 중반기에 접어들면 모처럼의 휴정기의 한가함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지만 이 같은 사건들을 정리하지 못한 채 이 시기를 쉬이 보내버리고 나면 하반기의 업무가 정해진 루틴에 따라 원활하게 처리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휴정기를 맞이하는 마음이 꼭 가볍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를 달리 말하면 휴정기를 거친 덕분에 하반기의 업무를 보다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휴정기는 쳇바퀴 돌듯이 돌아가는 업무가 좀 더 매끄럽게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윤활유 같달까. 윤활유가 없어도 쳇바퀴는 당분간은 돌아갈 테지만, 돌아가는 동안 삐끄덕거리거나 결국은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주저앉게 될 것이다. 

 

업무에서뿐만 아니라 삶과 일상에 있어서도 이러한 시간은 필요하다. 휴식을 통해 다시 경주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이외에, 그 때까지 경주해오면서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을 반추하고 이를 손질함으로써 그 때까지 쌓아올린 것들을 보다 견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늦지 않은 때에 필요한 것이다. 이미 휴정기의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에서는 다소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남은 기간만이라도 유용하게 보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노연주 판사 (서울북부지법)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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