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사설

양경숙 의원 세무사법 개정안은 폐기돼야 한다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변호사의 세무사업무 범위를 제한하려는 입법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세무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가 일정 기간 실무교육을 이수한 뒤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되, 장부작성 대행 및 성실신고확인 업무는 업무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회계에 관한 전문성을 검증받지 않은 변호사에게 세무사와 공인회계사의 고유업무인 회계장부 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업무까지 허용하게 되면 전문자격사제도의 근본취지를 위배한다는 점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개정 법안은 여러 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첫째, 세무대리의 적법성 통제를 간과하고 있다. 변호사를 통한 세무대리는 단순히 회계상의 수치의 정확성을 넘어서 법적 사고와 법률 해석을 통한 세무문화 창달에 기여한다. 의뢰인이 단순히 숫자에 밝은 회계전문가를 원할지 세법의 해석과 적용에 능한 변호사를 선택할 것인지는 시장에 맡길 일이다. 둘째,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반한다. 헌재는 2018년 4월 26일 결정(2015헌가19)에서 "세무사법이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면서도 (세무소송 등) 변호사의 직무로서 행하는 경우 이외에는 세무대리업무를 일체 수행할 수 없게 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세무대리의 출발점인 회계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업무가 제외되어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는 형해화될 것이다. 이는 세무대리 업무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다시 위헌 논란을 불러 일으킬 여지가 크다. 셋째, 유관기관과 이해관련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마련된 법안 내용을 무시하는 행위다. 헌재 결정 이후 법무부와 기재부는 1년 가까이 대한변호사협회와 세무사회 등 관련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지난해 9월 세무사 자격을 갖춘 변호사가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하고 일정한 교육을 받으면 제한 없이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해 20대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는 정부가 상당기간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이해관계인들의 상호양보와 타협을 거쳐 법안을 마련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회는 이러한 법안 내용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도리였다. 그런데 당시 기재부 출신의 김정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내용을 반영하여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세무대리 업무의 범위에서 회계장부작성 대리업무와 성실신고확인업무 등을 제외하는 기재위 대안이 채택하면서 정부가 마련한 원래의 법안 내용이 크게 변질되고 말았다. 결국 기재위 대안은 논란 끝에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자동폐기되었다. 양 의원이 대표발의한 세무사법 개정안은 폐기된 기재위 대안과 다르지 않은바,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무시하고 공연히 직역다툼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명분도 실속도 없는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은 조속히 폐기되어야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