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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기

[나의 여행기] 남이섬에 다녀온 채다은 변호사

새벽 공기 마시며 산책 나서면 섬 전체가 오롯이 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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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드는 메타세콰이어 숲이지만 새벽공기를 마시며 산책할 때에는 혼자 즐기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2020년의 초반부터 우리 생활을 강타한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여행이 어려워졌다. 비행기를 타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친 일상을 회복하곤 했던 나인데, 해외에 나갈 수가 없으니 시간이 날 때마다 국내여행을 다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좋았던 남이섬에서의 1박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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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내 유일한 숙박시설인 호텔 정관루는 방마다 다른 컨셉을 갖고 있다.

 

남이섬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남이섬 안에 있는 유일한 숙박시설인 ‘정관루’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이섬은 배로 드나드는 곳이기 때문에 막배를 타고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정관루에서 하루를 묵는 사람들만 남이섬에 남게 된다. 그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관광객이 떠나버린 해질녘

적막하지만 한없는 여유


5년 전쯤 처음 남이섬을 가보고, 이번이 두 번째였는데, 그때는 배를 타고 들어갔고, 이번엔 짚라인을 타고 입도했다. 남이섬까지는 배로 이동하면 5분 정도 소요되는데 짚라인을 이용하면 1분 20초 정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다만 남이섬에서 1박을 하는 경우 짐이 있을텐데, 짚라인을 타고 입도하려면 백팩 가방 하나를 앞으로 매고 함께 이동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족여행을 계획하거나 숙소에서 음식을 해먹을 예정인 경우 배를 이용해 입도하거나 배로 짐을 한 번 옮긴 후 다시 섬을 나와 짚라인으로 들어가는 번거로운 일을 해야 한다. 따라서 짐이 있는 경우 미리 알아보길 권하고, 번거롭지 않다면 짚라인을 이용하는 걸 권한다. 어차피 섬에서 나올 때는 모두가 배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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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 배를 타고 관광객들이 떠나자 남이섬이 한적해지기 시작했다.
 

 섬에 도착하여 정관루에 전화를 하면 노란 호텔 봉고차가 마중을 나온다. 내일까지 계속 이 작은 섬에서만 시간을 보낼 거라고 생각하니 급하게 돌아다닐 것도 없고, 무언가를 계획할 필요도 없어 마음이 한없이 여유로워졌다. 그래서 섬 안에 있던 20시간 동안 방에서 쉬다가 오후에 산책하고 다시 들어가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가 또 숙소에서 쉬고, 그렇게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만끽했다.

 

호텔 정관루’ 객실에는 

TV대신 책꽂이에 책이 빼곡


섬 안에는 마트가 있는데 놀랍게도 외부 편의점과 가격차이가 거의 없다. 각종 우유와 가평잣막걸리, 남이섬 깡타맥주도 판다. 다만 컵라면은 팔지 않고 일반 봉지라면만 팔고 있으며, 과자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따라서 먹는 것이 중요하다면 밖에서 사서 들어오는 게 좋다. 정관루 별채에는 음식이 가능한 곳이 있으나, 호텔에는 방의 전기주전자, 그리고 복도에 공동으로 이용하는 전자렌지만 있을 뿐이므로 봉지라면은 먹을 수 없다. 따라서 호텔에서 묵으며 라면을 먹고 싶다면 반드시 컵라면을 안고 섬으로 들어가길 권한다.

정관루 호텔 방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다만 호텔 곳곳이나 방의 책꽂이에는 책이 많이 꽂혀있다. 요즘은 텔레비전이 없어도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시청하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겠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는 텔레비전 없이 동행과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면서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만끽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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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30분. 부지런한 섬의 동물들은 인간과 마주치지 않는 새벽 시간이 가장 즐거울 듯 하다.

 

새벽 5시 30분, 창 너머에서 새소리가 들려왔다. 남들보다 조금만 부지런하게 일어나 산책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늘 사람으로 넘치는 이곳에서, 누구 한 사람과도 마주치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은 한밤중 아니면 새벽뿐이다. 새벽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고 있으면 이 섬 전체가 오롯이 내 것인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다. 내가 6시 반즈음부터 산책을 시작하자, 다른 이들과 마주치지 않았다. 다만 나보다 조금 더 부지런한 다람쥐, 토끼, 공작새 등 많은 동물들만 만날 수 있었다. 

 

메타세콰이어 숲길 산책도 

나 혼자 즐기는 호사


이 시간만큼은 언제나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드는 메타세콰이어 숲 역시 오롯이 나 혼자 즐기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한적하고 눈부시게 예쁘기만 하다. 7시가 지나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방으로 뛰어들어왔다.창문을 열고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으로 이 여행기를 쓰고 있는 이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


채다은 변호사 (법률사무소 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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