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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원조직법은 면밀한 검토와 연구 통해 개정돼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사법개혁 및 검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그 개혁방안으로서 사법행정 및 검찰행정에 대한 여러 주장과 제안이 나오고 있다. 여당이 지난달에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기존의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대신 개방형 회의체 사법행정기구로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고, 사법행정과 재판영역을 엄격히 분리해서, 법원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로 하여금 사법행정을 전담하게 하고 법관들은 재판업무에 전념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하자, 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여당 의원은 최근 그에 반박하여 "사법부 조직의 이익을 사법권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혼동하고 있다. 사법행정권은 재판권이 아닌 법원행정이다"라고 말했다.

 

행정권한을 단독제 행정기관에 귀속시킬지 합의제(회의체) 행정기관에 귀속시킬지는 그 조직의 상황과 사회의 가치관에 맞게 선택할 일이다. 단독제 행정과 합의제 행정 간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고,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는 이상 이는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행정처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여기에 외부인사를 참여시킬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법행정을 비법관이 다수인 위원회에 전적으로 맡긴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타당하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고 보인다. 우선 가령 인사행정을 보자. 인사는 인사대상자들의 능력과 적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설득력 있고 타당한 결론이 도출된다. 법관들의 능력과 적성을 비법관이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가? 가정법원·행정법원·회생법원 등 각종 특별법원에 적임자인 법관을 위 법원들의 업무성격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외부인들이 잘 찾아낼 수 있는가? 뿐만 아니라, 재판업무와 사법행정업무를 '엄격히 분리'하는 것은 가능한 일인가? 가령 처리사건 수가 같은 종류의 업무를 맡은 동료판사의 2분의 1에 불과한 법관이 모든 담당사건의 다음 변론기일을 10주 후로 잡고 있다면 이에 대해 법원장이 지적하는 것은 재판권 침해인가 사법행정권의 발동인가? 한국에서 '재판론' 내지 '사법행정론'에 대한 연구가 극히 부족하여 크게 부각되어 있지는 않지만, 주요 외국에서의 선행연구들은 재판업무와 사법행정업무를 엄격히 구분하기는 무척 어렵다는 점을 종종 지적한다. 

 

또한 사법행정위원을 국회 산하의 추천위원회가 추천하도록 한 것은 더욱 큰 문제일 수 있다. 법원의 정치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의 권한남용 우려 때문에 이러한 개정법안이 제출된 것이겠지만, 기존 제도를 크게 바꾼다고 항상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기존 제도의 문제점은 개선해 나가야 하지만, 국가 주요기관의 기본구조 변경안은 그것이 설익은 것이 아닌지 많은 검토와 연구를 필요로 한다. 궁극적으로는 그 변경이 국민의 안녕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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