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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정당방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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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성폭력을 피하기 위해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70세 여성이 56년 만에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을 청구하였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터넷 법률신문을 통해 보면서 정당방위의 요건과 범위에 대해 새삼 다시 돌아봤다. 

 

법률가로서 '정당방위' 문제를 다시 고민하게 된 계기는 '2014년 3월 새벽 3시께 도둑(피해자)이 주택에 침입했다가 귀가하던 20대 아들(가해자, 피고인)로부터 상당시간 구타를 당하여 의식을 잃고 뇌사에 빠진 사건(일명 도둑뇌사 사건)'이었다(춘천지법 원주지원 2014. 8. 13. 선고 2014고단444판결). 법원은 "피고인이 이와 같이 절도범인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아무런 저항 없이 도망만 가려고 했던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장시간 심하게 때려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행위는 절도범에 대한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방위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것이므로,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거나,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였고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되었다.

 

어릴 적 집안에 도둑이 침입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위 사건이 남달라 보였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의 기억은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다. 어두운 새벽에 부모님의 새파랗게 질린 얼굴, 방 안에서 들리는 도둑의 기척, 방문 손잡이를 꼭 잡고 도둑을 향해 나가라고 소리치던 가족들의 모습들, 도둑이 들어왔던 창문으로 나간 사실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모습 등.

 

만약 그 자리에서 도둑과 마주쳤다면 어두운 새벽에 도둑이 흉기를 가지고 왔는지 아니면 집 안에서 흉기가 될 만한 물건을 찾아 들고 있는지, 가족의 고함을 듣고 도망을 가려고 하는지 아니면 오히려 공격하여 제압하려고 하는지 등을 침착하게 판단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사 가족이 힘을 합쳐 도둑을 쓰러뜨렸다고 하더라도 그 도둑이 쓰러진 척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에게 다가가 팔이나 다리를 묶을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판결문의 범죄사실과 판결이유를 보면 '기존 형사 이론과 판례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닐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마음으로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 개인적 경험으로 인해 피고인에게 감정이입이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 청년의 평온했던 삶이 누군가 집에 침입하여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징역형 전과자로 낙인찍히게 되었으니 이런 날벼락이 따로 없다. 

 

법리상 판결의 타당성 여부를 불문하고, 먼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해 부당한 침해'를 당한 상황에서 "방위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도록 하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부당한 침해를 한 자는 상대방의 방위행위로 인해 자신의 법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하여야 하지 않을까? 56년 만에 정당방위 인정을 위해 재심청구를 한 분도 평생 가슴에 담았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기를 바란다.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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