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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수도 이전의 헌법절차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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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갑자기 수도이전의 문제를 다시 꺼내고 있다. 그러면서 수도이전의 법을 위헌이라고 한 2004년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새삼스럽게 비난한다. 당시 헌재의 결정은 수도를 옮기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수도의 이전은 단순법률로 처리되어서는 안 되고 헌법의 개정이나 적어도 국민투표의 실시로 국민의 다수의사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절차를 요구한 것이었다. 헌법의 개정에는 국민투표의 실시가 절차적으로 포함되므로 결국 국민투표야말로 헌재가 요구하는 헌법적 정당성 부여의 핵심절차이다.

 

헌법은 성문의 헌법조항이 중심이지만 실제로 헌재는 명문의 헌법조항뿐만 아니라 헌법에 있지 아니한 내용도 불문헌법으로 하여 헌법을 해석 적용하고 있다. 여러 헌법 원리들도 불문헌법이다. 이를 테면 일반 국민들에게도 상식이 되어버린 과잉금지의 원칙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과잉금지 원칙은 실제 사건에서 너무나 많이 적용하여 헌법재판이라면 의례껏 이 원칙의 적용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실제 헌법의 핵심이 되어있다. 그 밖에도 헌법판단에 빈번히 적용되는 신뢰보호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체계정당성의 원칙 등도 모두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하지 않고 학자들과 판사들이 개발한 불문헌법이다.

 

이러한 불문헌법에는 또 다른 유형이 있는데, 법규범의 보편적 유형인 관습법을 헌법에 적용한 관습헌법이다. 관습법은 모든 법분야에 적용될 수 있지만 사람을 처벌하는 형사법은 죄형법정주의가 기본원칙으로 관철되는 특별한 법분야이기 때문에 관습형법은 여기에 인정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공법분야에서는 일반 민사법의 경우와 같이 관습법이 적용될 수 있고 이것이 헌법의 영역에서는 관습헌법이다. 

 

그러므로 2004년의 헌법재판소 판례에서 설시한 관습헌법의 논리를 무작정 반대하는 모든 주장들은 아무리 엮어보아도 법리적 기초가 근본적으로 부실할 수밖에 없다. 헌법의 영역에서 관습법 논리를 부정할 길은 없기 때문이다. 또 우리 헌법은 국가최고법으로서 일반 법률보다 강화된 개정절차를 가진 경성헌법이므로 관습헌법 중 국가구성의 기본 사항에 관한 것은 이에 상응한 위상의 관습헌법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불문헌법인 헌법원리들도 이에 위반하는 법률들을 깨뜨리는 효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가의 수도 설정의 문제는 국가구성의 기본에 관한 중요사항이므로 헌법사항이며 우리나라는 조선의 건국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민적 결단으로서 이어져온 관습헌법이다. 오늘날 국회가 그때그때 당파적 이해에 의하여 국민 전체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이를 휙 변경해 버릴 수 없다. 일부 정치권에서 지금 새삼 뜬금없이 수도이전을 들고 나오는 것은 서울의 집값을 잡는 경제정책이 실패를 거듭하는데 대해 고민하다가 갑자기 누군가 수도이전을 떠올린 데 기인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수도이전은 국가구성의 대사(大事)로서 이런 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남북통일을 즈음한 국가 새 출발의 사정이 있다면 모를까 집값 오른다고 옮겨 버린다면 옮겨간 세종시와 인근 충청도 일대의 부동산이 천정부지로 오른다면 또 어찌 할 것인가? 이번에는 광주로, 부산으로 옮겨야 할까? 

 

2004년에 헌법재판소는 수도의 이전 자체가 위헌이라고 하지 않았다. 최소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국민들 다수가 찬성한다면 이전하는 것이 헌법이 인정하는 절차적 한계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김승대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현·전 부산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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