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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파와 진영을 떠난 개헌론이어야

제헌절을 맞아 국회와 정부에서 개헌론이 나오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제72주년 제헌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민을 지키고 미래를 열기 위해 헌법의 개정이 불가피한 때"라며 개헌을 제안하였다. 총리후보 지명자 시절 국회 청문회에서 “지난 32년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헌법은 변화를 담지 못하고 있으며, 21대 국회가 구성되고 1년이 개헌의 적기"라고 밝힌 바 있었던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지난 4년 동안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던 헌법을 다시금 꺼냈으면 좋겠다"며 21대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향후 정치권에서 개헌에 대해 어떠한 입장이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아직은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듯하다. 

 

우리 헌법은 지난 72년간 모두 9차례 개정되었다. 그러나 1952년의 1차 개헌(발췌개헌)을 비롯하여 1954년의 2차 개헌(사사오입 개헌), 1969년의 6차 개헌, 1972년의 7차 개헌 등이 대통령의 임기연장과 정권 연장 목적에서 이루어진 데서 알 수 있듯이 헌정사의 어두운 면을 장식한 것이 개헌의 역사였다. 

 

헌법은 국가의 정체성과 체제를 규정짓고, 모든 국가기관의 행위를 규율하며, 국민의 일상 생활을 규정짓는 국가 최고의 규범이다. 헌법은 그 가치와 이념을 통하여 국가의 방향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의 기본권을 보장한다. 동시에 다양한 의견들이 헌법체계 내에서 수렴·통합되어 국가 공동체가 분열되는 것을 방지한다. 그러기에 헌법이 현실에서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분열과 대립의 모습이 현재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보수와 진보라는 양대 진영논리에 따른 분열양상이 극심하며, 편가르기를 통하여 내 편에 대하여는 어떠한 비판도 허용하지 않는 무관용과 무조건적인 옹호 현상이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는 헌법의 이념과 가치가 사회 구성원들의 삶 속에 투영되고 있지 않으며, 사회 구성원들 간에 지켜야 할 약속 내지 규범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심히 우려스럽다. 이와 같은 점에서 국민통합을 이루어내기 위한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충분한 이유와 공감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개헌의 주장이 정파의 이해와 진영논리에 입각하여 제기되는 것이라면 이는 실패를 넘어 국민 분열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기에 어떤 국가기관도, 어떤 공직자도, 선출된 권력이든, 임명된 권력이든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에 반하거나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여 개헌을 주장하여서는 안 된다. 정파와 진영을 떠나 오직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개헌 주장만이 그 진정성을 인정받고 주권자인 국민에 의하여 받아들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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