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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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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저 드디어 합격했어요!!! 이제 전설… 다시 이어지겠지요?"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 낯익은 목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2년 전 로스쿨 졸업 뒤 낙방을 거듭했던 지도학생이 변호사시험 합격 소식을 알려온 것이다. 2020년 4월 마지막 금요일 오후, 나는 마치 앓던 이가 빠진 듯 홀가분했다. 로스쿨은 학생들이 입학하면서 지도교수를 선택하기에 교수들은 자신을 선택해 준 학생들에 대한 고마움과 책임감으로 매학기 상담을 하고 지도반 모임도 갖는다. 문제는 매년 낮아지는 변시합격률에도 불구하고, 나의 지도반 학생들은 고맙게도 수년째 졸업과 동시에 변시합격이라는 '전설'을 세워 가던 차였다. 그리하여 그 학생은 미안한 감정을 가졌고 나 역시 더욱 낙방한 그 학생이 늘 눈에 밟혔던 것이다. 

 

5월 스승의 날에 찾아 온 졸업생들은 후배들을 걱정한다. 첫 중간고사를 마치고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일대일 면담에서 시험지에 적힌 자신의 점수를 확인하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정신이 번쩍 드는 충격 효과가 있다고. 그런데 2020년 신입생들은 중간고사를 보지 않아 그런 충격을 받을 기회가 없었으니 정신 차릴 시기가 늦춰진다고. 물론 이런 심각한 면담시간에 교수를 당황하게 한 당돌한 학생들도 있었다. 몇 해 전, 남녀 두 학생이 손을 잡고 연구실로 들어오는 게 아닌가? "저희는 같이 스터디해서 면담도 같이 하려구요." 로스쿨의 공부 시간이 길고 과정이 힘들다 보니 결국은 동기 사랑이라 단합도 잘 되고 교내 커플도 많은 것이다. 누가 커플이 되었는지, 또 헤어졌는지, 집안에 우환이 있는지 교수들은 알 수 있었다. 이렇듯 50명 정원의 로스쿨에서 동고동락하는 3년 동안 학생들은 동기들끼리는 물론, 교수와의 관계도 긴밀했다. 그런데 역병이 창궐한 2020년 봄학기의 로스쿨은 낯설다. 싱그러운 신입생을 맞이할 입학식도, 선배들과의 첫 만남인 신입생환영회도, 로스쿨이 하나되어 들썩이는 체육대회도 없다. 기혼 학생들이 그동안 고생해 준 배우자에게, 가족들에게 고마워하며 아이들과 함께 단상에 올라 졸업장을 받았던 졸업식 풍경도 올해는 볼 수 없다. 

 

2020년 6월 마지막 월요일 저녁 6시, 마스크를 한 1학년들이 로스쿨 정문에서 체온을 재고 한 명씩 입장한다. 거리 두기를 실현해야 하는 만큼, 저녁에 대형 강의실에서 대면으로 기말고사를 치르기 위해 처음으로 등교한 것이다. 멋쩍어하며 인사하는 신입생들은 줌(Zoom) 화면을 통해 어림짐작했던 것보다 체격도 좋았고 인물도 좋았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한 학기 동안 온라인 강의 듣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아쉽게도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시험 잘 보고 여름방학에 정진한 뒤 건강한 모습으로 2학기에 봅시다." 아,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했던가? 수강생을 처음 만난 날이 바로 기말고사일이라니…. 시험감독을 하는 내내 참 미안하고 학생들이 안쓰러웠다. 고대하던 로스쿨에 합격하였다는 기쁨에 젖어 캠퍼스에서 동기들과 교류하며 자극을 받고 법조인의 꿈을 채워 갈 알찬 시간들을 가질 수 없었음에 대해. 

 

영화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의 킹스필드 교수를 기억하는가? 필자는 이번 학기에 1학년들에게 채권각론을 강의했다. 로스쿨 강의는 철저한 예습을 전제로 교수는 강의 시간에 한 명씩 불러세워 개념을, 제도의 취지를, 판례의 사실관계를, 결론 및 이에 대한 답변자의 생각을 묻는다. 이른바 소크라테스(Socrates) 메쏘드다. 언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될지 몰라, 동기들 앞에서 대답을 잘못하면 어쩌나 하는 이 건강한 불안감이 학생들로 하여금 밤늦게까지 공부하게 하고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여 정리하게 한다. 그런데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니 이런 긴장감이 없다. 호명된 학생은 그저 컴퓨터 화면상 참가자 중의 한 화면일 뿐이다. 컴퓨터 화면의 평등성은 이런 부작용을 낳는다. 다른 한편, 누가 알고 모르는지 강의실에서만큼 한눈에 파악되지도 않는다. 또한 강의가 끝나면 온라인이라 그런지 질문이 활발하지 않다. 로스쿨 학생들의 열의에 찬 눈빛이, 강의 중 갸우뚱거리다 이내 유레카의 표정을 짓던 얼굴이, 강의를 마치고 궁금함을 풀고자 강단으로 달려 나오던 젊은이들의 활기가 사뭇 그립다.

 

로스쿨은 전문대학원으로 교육과정이 학부나 초중고와는 많이 다르지만, 교육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 중의 하나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지구촌의 관심은 직접적인 방역과 함께 경제 회복에만 온통 쏠려 있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전세계적으로 15억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거나 등교를 한 경우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전통적인 수업방식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현실이다. 더욱 암울한 사실은 이러한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갑자기 그리고 엉겁결에 마주한 변화된 교육환경 앞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이전의 우리 교육 체계와 방식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장소로서의 학교가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교수의 역할은 무엇인지? 이제 우리는 에듀테크의 산물인 원격수업의 두 방식, 즉 사전에 녹화된 동영상 강의를 듣고, 실시간으로 얼굴을 보고 토론하는 온라인 강의에서 이해정도를 확인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이 불가피한 대안이 되었다. 미국의 미네르바스쿨, 프랑스의 에콜 42의 교육방법이 이제 교육방식의 뉴노멀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학생들과 함께 진화했던 2020년 봄학기를 마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학생들에게 충격을 주는 동시에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또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효과적인 피드백을 주어 미래사회에 필요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의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이제 BC(Before Corona)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로스쿨, 법조계, 나아가 우리 사회가 모두 적응하고 변신해야 한다.

 

 

김현진 교수(인하대 로스쿨)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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