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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률서비스에 대한 보수, 합리적으로 책정되어야

과거 변호사라는 직업은 고액소득자, 사회지도층의 대명사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법률시장의 정체와 변호사 수 증가로 인해 상당수의 변호사들이 사건 수임에 애를 먹고 있고 의뢰인들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발표한 '공공기관 및 지자체 고문변호사 제도 개선을 위한 TF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고문변호사들이 30년 전과 같은 저가의 고문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본보 2020년 6월 25일자 1·3면 참고). 특히, 자문료와 사건 수임료를 늦게 지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담당공무원이 고문변호사에게 금전 차용까지 요구하였다는 대목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개인 변호사들뿐 아니라 로펌들도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건을 의뢰하는 회사들이 이른바 '비딩(bidding)'이라는 경쟁입찰방식을 통해 로펌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사건을 수임한 로펌과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다시 '가격 후려치기'를 시도하고 있다(본보 2020년 6월 29일자 1·3면 참고). 심지어 비딩 과정에서 제출된 다른 로펌들의 노하우를 빼돌리기도 한다는데, 사태가 이 정도라면 개인변호사나 로펌 모두 의뢰인들로부터 휘둘리는 '갑질' 피해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경기침체와 법률시장 경쟁 심화라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이 같은 폐해가 언제 개선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변호사 업무의 공공성만을 부르짖는다고 시장이 저절로 움직여주지는 않는다. 결국 변호사들 스스로가 헐값에라도 사건을 수임하는 데 몰두할 것이 아니라 제 값을 받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법률서비스라는 용역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바로 공급자인 변호사들일 수밖에 없다. 시장의 수요자들에게 법률서비스가 필요하고 그에 대해 합리적인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변호사가 '갑질'을 당하는 상황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법률비용을 줄임으로써 의뢰인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이라는 눈앞의 소득을 거둘 수 있겠지만, 종국에는 법률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법률 리스크의 증가라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받아들 수도 있다. 법률서비스가 공산품과 같이 규격화된 것이 아닐진대 비용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서울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해 고문변호사들에 대한 법률자문료를 인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뒤늦었지만 반가운 일이고, 변호사단체의 노력이 성과를 거둔 의미있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서울변회의 바람처럼 앞으로 법률서비스에 대한 보수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될 수 있는 기폭제가 되기를 희망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