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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재판의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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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은 법관 혼자서 하는 작업은 아니다. 사건관리 및 재판절차 진행에 있어서는 참여관, 실무관 등 재판부 구성원 전체가 협업하여 처리해 나간다. 그러나 실체적 판단 부분, 즉 판결의 영역은 법관이 담당해야 할 부분이고, 단독재판부의 경우 단독판사 혼자의 몫으로 남게 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이 영역에도 조력자 역할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공식적으로는 재판업무의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재판연구원이라는 존재가 있지만(법원조직법 제53조의2), 아직 1심 단독재판부까지 재판연구원이 배치되는 실정은 아니다. 따라서 단독판사들은 혼자서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판단하여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단독판사도 때로는 사건에 대해 상의하고 토론할 대상이 절실히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상이 '밥조'이다. 그래서 단독판사들에게 '밥조'는 단순히 밥을 같이 먹는 그룹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하나의 밥조에는 법관경력, 연령, 성별, 종교, 출신지역, 전공 또는 전문분야 등이 서로 다른 다양한 법관들로 구성되지만, 담당사무가 서로 유사하고, 1년 내내 같이 밥을 먹는 '식구'같은 존재이다 보니 서로 편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된다. 재판에서 고민되는 사실확정문제(이 경우에는 증거의 해석문제이거나 사회 또는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가 될 것이다), 법률과 법리에 관한 해석문제, 특히 형사재판에서의 양형판단문제 등에 대하여 동종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각자 서로 다른 경험과 지식, 가치관을 가진 법률전문가들이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가히 금액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법원의 장점에 대한 평가도 있고, 그 못지않게 단점에 대한 지적도 많다. 앞으로 더 좋은 재판을 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잘하는 것은 더 발전시키고, 부족한 부분은 고치고 보완해야 한다"는 명제 아래, 법원의 경쟁력이자 강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밥조의 힘'을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다(ps. 주변의 '공기와 같이 당연한 존재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둘러보자고 권해 본다).

 

 

임영철 부장판사 (대구지법 포항지원)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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