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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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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 반을 줄까, 다섯 개를 줄까. 오늘도 잠깐 고민하다가 대단한 선심을 쓰듯 엄지 손가락으로 다섯 개의 별을 모두 색칠하고 앱을 닫는다. 다섯 개의 별로 이루어진 평가 시스템, 우리는 지금 별점 사회에 살고 있다.

 

모두가 모두에게 별점을 매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서, 택시에서 내리면서, 물건을 받아 보고 나서. 심지어는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나서도 강의 평가 사이트에서, 퇴사를 한 후에는 구인·구직 사이트를 찾아서 별점을 남긴다. 별점으로 나의 느낌과 감정을 표현해야 무언가 잘 마무리된 것 같다. 모두가 별점 바라기고 별점의 노예다.

 

조금 더 거창하게 말할 수 있다. 별점은 인터넷 세상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기둥이다. 이제 그 이름을 달고 나오는 법까지 생기게 될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것은 이용자들이 남긴 별점 평가가 없으면 존재의 가치가 없다. 온라인 플랫폼은 이용자에게 짧은 순간 평가자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권력을 부여하고, 그 대신 무제한의 사용권을 허락 받아 둔 별점 평가 하나하나를 열심히 모아 더 거대한 인터넷 세상의 평가자이자 권력자로 등장했으니 말이다.

 

이놈의 별점에는 시효도 없다. 천 개가 넘는 별점의 평균이 네 개 반인 식당을 찾았다가 낭패를 보고 나서 더 들어가 찾아보니 마지막 후기가 3년 전이었던 걸 알게 되었을 때, 마치 채권의 성격에 따라서 소멸시효 기간을 정하듯 별점도 업종에 따라 사라지는 기한을 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지극히 변호사스러운 생각을 잠깐 했었다. 사라지지도 않는 무시무시한 별점.

 

올해,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을 등에 업고 '온라인 플랫폼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라는 새로운 특별법이 제정될 것 같다. 별점이 권력이 되고 갑이 되었다는 것을 법이 인정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특별법이 빠르게 변하는 모바일 시대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너무 시시콜콜 옥죄지 않기를 바란다. 새로운 플랫폼이 혁신을 통해 더 좋은 별점을 쌓으면 언제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정확히 심판만 보고, 문제 해결의 방법은 최대한 자유롭게 하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

 

 

천준범 변호사 (법무법인 세움)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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