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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행정기본법 제정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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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대한민국 임시헌장 1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행정법학자들이 함께 한 세미나에서 필자는 '행정기본법의 제정 필요성과 입법방향'에 관한 논의의 좌장으로서 행정기본법 제정의 지지 여부를 허심탄회하게 물어본 적이 있다. 참석자 거의 대부분은 지지에 손을 들었고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학자는 볼 수 없었다.

 

행정기본법 제정 작업을 위해 학계·법조계·정부 등 각 영역의 대표 전문가로 구성된 행정법제 혁신 자문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한 지 1년여가 되는 7월 7일 행정기본법 제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하였고 7월 8일에는 행정기본법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로써 학계의 염원인 행정기본법 제정 작업은 한 단계를 넘어서게 되었다.

 

현재 발효 중인 4800여개의 국가법령 중 4400여건이 행정법령에 해당한다. 일반 국민들이 그 법령을 다 찾아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복잡한 행정법 체계는 국민들이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 이러한 행정법 환경에서 행정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기본적인 사항들을 추출해서 하나의 법으로 만든다면 국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으로 시작된 것이 바로 행정기본법 제정 작업이었다.

 

민사법·형사법 등과 달리 행정법 분야에는 입법과 집행의 원칙이 되는 법의 부재가 우리의 현실인데 교수·변호사·판사·검사 그 밖의 공직자 등 행정법 전문가들에게는 행정기본법이 제정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행정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원리·원칙을 규정하는 단행의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일반 국민들이 행정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원리·원칙 전반에 접근하기가 무척 어렵다. 진정한 민주·법치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법을 쉽게 이해하고 예측가능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행정기본법 제정안의 대부분은 학설·판례·실정법상 인정·적용되던 내용들을 담고 있다. 새로운 내용으로는 적극행정의 추진,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처분의 재심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적극행정의 추진은 일선 행정 공무원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도록 함과 동시에 공무원의 면책, 인사 상 우대 조치 등의 제도에 대한 규범적 근거가 강화되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제도를 확대하고 법령이나 판례에 따라 인정되는 권익보호 수단에 더하여 처분의 재심사 제도를 도입한 것은 국민의 권익 신장을 도모한 것이다.

 

행정법은 공익을 위한 법이라고 하는데 이를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존중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행정기본법 제정안은 영업허가신고, 주민등록신고, 혼인신고 등의 경우 신고의 효력 발생 시점을 신고의 도달시점으로 함으로써 사인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 하였고 아울러 사인의 법률생활을 예측 가능할 수 있도록 하였다.

 

행정기본법에서 또 눈여겨 볼 것은 헌법상 원칙 즉 법치행정·평등·비례·신뢰보호의 원칙들을 명문화한 부분이다. 종래에는 이러한 원칙들이 일반법에서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 일선 공무원들과 일반 국민들이 법규범으로 인식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원칙들의 명문화는 이러한 원칙들에 대한 일선 공무원들과 일반 국민들의 인식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행정기본법에는 인허가의제·과징금·이행강제금 등 개별법에 흩어져 있는 제도의 통일적 기준을 마련한 내용도 담겨있다.

 

지하철 2호선을 타면 2호선 노선도가 나온다. 하지만 종합노선도가 없이 2호선 노선도만 있으면 다른 곳으로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알기가 어렵다. 행정기본법이 행정법령의 종합노선도가 되어 각 개별법에 있는 공통 제도, 통일적 기준과 행정이 나아가야 할 길을 담아 일반 국민들을 편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홍정선 (행정법제 혁신 자문위원장)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