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사설

장관의 수사지휘권, 법률에 상세하게 규정해야

이른바 '검 언 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지휘, 감독하지 말고 독립적으로 수사하도록 한 뒤 수사결과만 보고받으라고 지휘했다. 윤 총장은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했는데, 이 회의에서 검사장들은 "위법·부당하다"고 하면서 재고를 요청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 후 윤 총장의 입장 표명이 지연되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이라는 등의 예측이 나왔다. 추 장관은 시간을 특정해서 입장을 표명하라고 지시했고 대검은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이라며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장관의 수사지휘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법무부장관의 지휘권의 근거규정인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의 해석을 두고 추 장관 측은 이번 수사 지휘가 법률상 보장된 권한의 행사라는 입장인 반면, 수사지휘의 내재적 한계, 비교법적 고찰 등을 이유로 위법 또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가진 법률가들도 많다. 학자들은 물론, 실무가들 사이에서도 대립되는 입장을 보일뿐 아니라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그 이유가 위법인지 부당인지로 나뉜다.

 

검찰은 행정부에 속하지만 사법행위를 하는 '준사법기관'이다. 사법행위는 무엇보다 공정성이 생명이며 이를 위해 직무의 독립성을 보장한다. 그래서 검찰청법에서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만 총장을 지휘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는데 다른 의견을 가지기 어렵다. 이 규정의 해석을 두고 독일에서는 검찰총장이 검찰의 부적법한 사건처리에 대해서 불법부당하게 이를 시정하는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에만 고려될 수 있다고 해석하고 권한 행사를 최소한으로 자제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1954년에 법무대신이 지휘권을 행사하고 여론이 나빠지자 사퇴한 일이 있을 뿐이다. 2005년 10월 천정배 법무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을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했을 때 김 총장은 이를 수용하고 사표를 냈다.

 

현행 검찰청법 규정은 독일, 프랑스, 일본 등과 유사한 형태이다. 다만 대한민국은 관행이 무시되고 다른 기관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추 장관이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장관의 수사지휘 권한 행사가 최소한으로 자제될 것 같지 않다. 그때마다 지휘의 적법성 또는 적정성을 두고 의견이 나뉠 것이며 법무부와 검찰이 대립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에 대해 결정을 할지도 불확실하고 결정한다고 해도 그 때뿐일 가능성이 높다. 차제에 국회에서 검찰청법을 개정해서 범위와 한계를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이 옳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모적인 논쟁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