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국민청원

162799.jpg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창에 걸려있는 문구이다. 청와대와의 직접 소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의 청원이 올라오고 20만개 이상의 지지를 받은 청원은 담당자들이 직접 답변해주고 있다. 개방을 지향하는 청와대의 방침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입법과 정책수립·집행을 직접 담당하는 국회나 행정 각부보다 청와대에 직보를 해야 통한다고 생각하는 권력중심적 사고에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근래 들어 재판이나 법관에 관련된 국민청원이 자주 등장하고, 그 내용이 언론을 통해 증폭되면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엄연히 삼권분립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국가에서 그 누구도 청와대가 사법부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터이고, 청와대도 사법부 관련 청원에 대하여 답변불가라는 답 아닌 답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청원인과 지지자들은 청와대의 답을 기대하기보다는 여론을 확산시키고 그것이 사법부에 관철되기를 바라는 듯하다. 국민청원에 올려 많은 지지를 받으면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니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다고나 해야 할까?

 

청와대 국민청원의 원조격으로 오바마 정부에서 창안된 백악관의 위더피플(We the People)의 경우, 소관사항이 아닌 업무를 요청하는 청원은 청원대상에서 제외되어 아예 게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반하여 우리는 정부의 답을 기대할 수 없는 청원도 그대로 게시되고 전파됨으로써 답을 위한 청원이 아니라 여론몰이를 위한 청원으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법부도 성역이 아닐진데 재판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가능하고, 법관들도 늘 자신의 재판을 되돌아보며 쓴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판결서 공개의 확대, 법관에 대한 외부평가의 반영, 국민의 재판참여 확대, 상소제도의 개선, 재판에 대한 비판·평가를 위한 다양한 통로의 마련 등 보다 민주적인 사법을 만들기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렇지만 다수의 힘으로 법관 개인을 공격하는 방식의 접근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법관이 아니더라도 한 개인에 대한 신상털기와 도를 넘은 인격침해는 린치와 다를 바 없어 민주사회에서는 철저히 배척되어야 할 일이다. 더구나 법관이 헌법에서 엄명하고 있는 헌법과 법률, 양심보다 여론에 더 신경을 쓰는 순간, 국민감정이나 여론을 빌미로 한 정치권이나 권력의 압력이 사법부에 스며들까 불안해진다. 독립적으로 재판하되 끊임없이 오류를 수정하려는 법관들의 용기와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이다.

 

 

홍기태 원장(사법정책연구원)

리걸에듀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