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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조직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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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몸담은 조직에 대한 사랑은 조직 구성원으로서 기본이다. 조직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자신에게는 물론 그 조직에도 해롭다. 조직에 대한 사랑과 충성도 면에서 남다른 몇몇 사조직이 거론되지만, 검찰도 그에 못지않다. 한번 검찰은 영원한 검찰로 남는다. 검사 출신 국회의원을 보면 과장은 아닌 듯하다. 현 검찰총장이 평검사 시절 국정감사장에서 던진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어록으로 회자하고 있다. 권력자에 줄 서고 사람에 충성하는 검사가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검사, 승진 따위에 연연해하지 않는 검사, 상사의 위법한 지휘·감독은 따를 필요가 없다는 소신을 지킨 검사 등등 그의 강단 있는 언행은 국민적 칭송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죽어야 사는 것처럼 검찰의 총수로 부활한 것이다. 

 

또 한 번의 시련이다.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과 충돌한 것이다. 임명 초기부터 죽 그래왔지만, 지금의 갈등은 정점인 듯하다. 둘 중 하나가 다쳐야 끝날 것 같은 태세다. 장관과 총장이 부딪힌 역사를 보면 검사 출신의 법무부 장관일 때는 거의 없었다. 검사 출신이 아닌 법조인이 법무부 장관 때 충돌이 벌어지고 이제 역사가 되었다. 사실 검사 출신이 법무부 장관일 때는 간섭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검찰 선후배끼리는 알아차리는 사이였으므로 비공개로 해도 될 일을 굳이 서면으로 드러내면서 지시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 검사 출신 장관이어서 그랬는지 검찰청법에 따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서면 발동은 합법적인 검찰 견제지만, 유독 갈등으로 비치고 검찰총장이 항명하거나 사퇴하는 일로 번졌다. 마치 장관의 지시는 부당하고, 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으로 오해되고 총장의 사퇴는 조직을 위한 용단으로 미화되기도 했다.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은 검찰조직을 건드리지 않았다. 조직을 사랑하는 마음은 검찰총장과 다르지 않았기에 충돌한 적이 없다. 비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은 조직을 흔들었다. 검찰개혁을 시도하고 민주적 통제를 가하려 했다. 그때마다 조직을 사랑하는 이들이 반기를 든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발단은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이다. 물론 지금 사태도 그러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면 조직 개혁과 조직 지키기의 충돌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이 검·언유착이라는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발동과 조직을 사랑하는 검찰총장의 불복으로 비화한 것이다. 검사의 조직 사랑은 검사동일체 원칙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사랑하지 않으면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없다. 검찰총장이 임명되면 선배 기수가 용퇴하는 것도 조직 지키기다. 검찰은 스스로 준사법기관이라 자처한다. 업무의 성격이 사법과 유사하다는 의미지만 독립성이 보장된 사법부와 거의 동등한 지위를 인정받아 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지금처럼 검찰총장이나 검사장이 수사팀에게 지시하고 간섭하는 한 준사법기관이 될 수 없다. 검사동일체 원칙이 살아 작동하는 한 행정부를 구성하는 정부 기관일 뿐이다. 상사가 위법·부당한 지시를 내리지도 않고, 설사 하더라도 자유롭게 이의제기할 수 있는, 그리고 나아가 평검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조직의 민주화가 이루어진다면 준사법기관이라 불러줄 수 있을 것이다. 정녕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면 그런 조직으로 탈바꿈시켜야 하는 것 아닐까.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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