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法臺에서

어느 과학자의 인터뷰

162645.jpg

얼마전 우연히 리처드 파인만(1918~1988. 이론물리학자. 1965년 노벨물리학상)의 짧은 인터뷰 영상을 보았다. "왜 자석은 서로 밀어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의 답변이 흥미로웠다. 그는 "어떤 일이 왜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어떤 노부인이 병원에 있다. 왜?"라는 질문에 대하여, "그녀가 빙판에서 넘어져서 고관절이 골절되었기 때문이다"라는 설명으로 보통의 경우는 충분한 답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다른 행성의 사람에게도 이것이 적절한 답변이 될까. 넘어지면 골절이 생길 수 있는 것, 골절이 생기면 병원에 가는 것, 얼음은 미끄러운 것과 같은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왜 뼈가 부러지는가", "얼음은 물이나 기름과 달리 고체임에도 왜 미끄러운가" 등 수많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파인만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서로가 참이라고 납득하는 일련의 범주안에서 이루어 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인터뷰를 보면서 재판의 경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사실관계의 측면에서, 법관과 당사자 사이에는 해당 사건에 관해 알고 있는 전제사실(서로가 참이라고 납득하는 일련의 범주)에 차이가 있다. 때로는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재판은 전제사실(서로가 참이라고 납득하는 일련의 범주)을 정확히 인식하고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작업은 각 당사자의 몫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법관도 재판의 전제사실, 즉 출발점이 어디인지 확정하고, 이를 토대로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둘째, 재판과 관련된 법률적 문제의 측면에서, 아직 재판에서 주장되지 않은 법리는 변론주의원칙상 법관이 먼저 언급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미 재판의 전제가 된 것에 대해서는 그 법리의 정확한 의미를 공유함으로써 법률적 관점에서의 출발점도 서로 일치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셋째, 재판의 결과인 판결문에서도, 법관과 당사자가 납득하는 사실적·법률적 전제를 정확히 명시하고 이를 출발점으로 하여 다툼 있는 부분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결론을 내놓는 것이 훌륭한 판결문이 아닐까 한다.

 

법원(재판)의 신뢰는 늘 화두가 된다. 위와 같은 노력이 신뢰를 얻는 하나의 방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임영철 부장판사 (대구지법 포항지원)

미국변호사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