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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국회의원의 발언·표결의 면책특권을 규정한 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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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주의(parliamentarism)는 민주적으로 선거된 합의기관에 의하여 다수결원리로서 국가의 중요정책을 결정하고 입법하는 제도이다. 오늘날의 대중적 민주정치는 필연적으로 의회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바, 의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인정되어 국민주권주의 하에서는 주권의 행사기관으로 인정되고 있다. 의회제도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발달되어 온 것이나 국민의 일반의사는 국회에서 입법의 형식으로 나타나는 것이며, 오늘날에 있어서는 정부에 대한 감시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면에서 국회는 ‘국민대표기관’이요, ‘입법기관’이며 ‘정부통제기관’으로서 의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대표기관으로서의 국회의 지위>는 정당정치의 발전에 따라 정당의 대표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국회는 국민의 일반 의사를 입법하려하지 않고, 당리당략의 입법에만 급급하기 때문에 국회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국회입법에 대한 사법심사제, 국회의원 소환제, 국민투표제 등 직접민주정치의 요소가 가미되고 있다. 또한 <입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 지위>는 실질적으로 저하(低下)되어 전문화된 입법을 비전문가인 의원들로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 작성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통법부(通法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헌법은 대통령 중심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의원내각제와 같이 강력한 정부견제권도 없다.

면책특권(immunities)이라 함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특권을 말한다(헌법 제45조). 국회의원의 <발언·표결의 자유>라고도 한다. 이 책임면책특권은 1689년의 영국의 권리장전(Bill of Right : 1689년 12월에 제정된 영국 헌정사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의회제정법)에서 그 기원을 찾아 볼 수 있으나, 미국헌법에서 비로소 의원의 특권으로 인정되게 되었으며, 오늘날에 있어서는 세계각국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면책특권은 국회가 정부에 대한 정책통제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국민의 대표자로서 공정한 입법 및 민의의 충실한 반영을 다하기 위해서 국회의원이 자유롭게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 특권은 첫째, 국회(본회의와 위원회를 포함한다)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이어야 하고, 의원이 국회 밖에서 행한 발언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둘째, 이 특권은 국회 밖에서 민·형사상의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 한다(헌법 제45조)”는 것은 일반국민이 당연히 지는 법적 책임, 즉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국회의원의 발언·표결에 대한 면책특권은 책임을 면제시킬 뿐 위법성을 조각(阻却)하는 것은 아니므로 의원의 발언·표결을 교사·방조한 자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부담한다. 이 특권은 국회의원의 발언·표결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책임면제제도”인 점에서, 단순히 의원의 체포를 일시 보류해 주는 불체포특권(헌법 제44조)과 그 성질이 다르다.

“발언”은 국회의원이 직무상 행하는 모든 의사표시를 의미하고, 여기에는 토론·연설·질문· 사실의 진술 등이 포함되며, “표결”은 의제에 관하여 찬부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면책의 효과”는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외부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국민이 당연히 지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면책의 시기는 재임 중만이 아니고 임기종료 후에도 영구히 책임을 지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원내(院內)에서 발표한 의견을 원외(院外)에서 발표하거나 또는 출판하였을 경우에는 이 면책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 2019년12월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기권표를 던진 여당의 모 의원을 지난 5월25일 경고했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안 찬성이 당론인데 모 의원이 소신을 이유로 기권했기 때문에 “당론 위배행위”라며 윤리특별위원회의 만장일치로 “징계(경고)” 했다. 국가권력의 획득을 목표로 공통된 정책에 입각하여 국민을 조직·동원하여 정치활동을 전개하는 정치결사(政治結社)인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헌법 제8조 제2항).

헌법은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제45조)”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제46조 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회법은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제114조의2)”라고 하여 <자유투표>를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발언 . 표결의 면책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45조의 취지>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국회가 입법 및 국정통제 등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하고 그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데 있다(대판 2007.1.12. 2005다57752, 2011.5.13. 2009도14442).

면책특권이 인정되는 국회의원의 직무행위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그 직무행위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하여 소추하거나 법원이 이를 심리한다면,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거나 표결하는데 지장을 주게 됨은 물론 면책특권을 인정한 헌법규정의 취지와 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 되기 때문에, 소추기관은 면책특권이 인정되는 직무행위가 어떤 범죄나 그 일부를 구성하는 행위가 된다는 이유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또 법원으로서도 그 직무행위가 범죄나 그 일부를 구성하는 행위가 되는지 여부를 심리하거나 이를 어떤 범죄의 일부를 구성하는 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대판 1992.9.22. 91도3317, 1996.11.8. 96도1742).

공수처설치법안에 반대하여 국회법 제114조의2 규정에 따라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기권표)한 민주당의 모 의원의 표결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론위배” 또는 “본회의 표결”을 문제 삼아 징계(경고)한 것은 정당의 목적·조직·활동을 규정한 헌법 제8조 제2항 및 국회의 자율성을 보장한 “헌법 제45조, 제46조 제2항 및 국회법 제114조의2”를 각각 위반한 징계처분이다. 이것은 정책통제기관인 국회의 권한을 집권여당 스스로가 부인하는 자가당착으로, 의회독재주의의 회귀를 선언한 것으로 의회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법률격언에 <입법자는 위법자가 되어서는 안된다(Law makers should not be law breakers)> <법률은 그 발의자(發意者)를 구속한다(Law should bind the proposers of them.)>라고 했다. 권모술수를 신봉(信奉)하며, 당리당략에 따라 앵무새처럼 당론만 되풀이하거나 해바라기처럼 공천권자의 눈치나 보는 정상배(政商輩:Politician)들의 집단에서는 결코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소신 있고 양심 있는 발언이나 표결을 하는 의원이 나올 수 없다.

영국의 역사가 액턴(Acton)은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 한다>라고 경고했다. 권력의 부패와 횡포, 독선을 막으려면 의회의 부단한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다. 국정은 감시와 비판을 받아야 한다. 공자(孔子)는 <정(政)은 정(正)>이라고 갈파했다. 정치에서 정(正)을 빼면 태양에서 빛을 제거하는 것과 같다. 정의를 위하여 싸우는 사람은 언제나 승리한다. 그리고 그 승리는 죽음조차도 멸망시킬 수 없는 강한 것이다. 국회의원은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익을 우선하여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발언과 표결하는 <정치가(政治家: Statesman)>가 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은 <진리와 정의를 위한 용감한 투사>가 되어야 한다.


최돈호 법무사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