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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현실과 이상의 간극, 표현된 이상에 대한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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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국회'는 아마도 2020년 4월 15일 치뤄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문구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아직 국회의원 선서도 하지 못하였고, 그 와중에 어느 국회의원은 국회 회의를 무단으로 결석하는 국회의원들의 수당을 삭감하는 국회법 등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하였다. 각자가 가진 복잡하고 다양한 이유들 때문에 국회를 개원할 수 없는 현실과 선거기간 동안 약속한 대로 국민들에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이상, 그러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책임의식이 모두 드러나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의뢰인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야 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도 현실과 이상 사이에는 괴리가 있고, 직접 표현한 이상에 대하여는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주장사실을 입증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증거들, 해당 사안에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기존 판결들, 믿었던 의뢰인의 말과는 무엇인가 다른 상대방이 제시하는 증거들이 현실 그 자체이고, 승소 판결은 이상이며, 승소할 확률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만 전달하였음에도 '승소'만을 생각하고 있는 의뢰인을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 변호사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변호사들은 시간을 쪼개고 잠을 줄여가며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채워감으로써 의뢰인에게 표현한 이상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처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상을 어느 정도까지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표현된 이상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과정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이 매워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이상을 표현한 주체도 발전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필자는 최근 법조인대관의 프로필 사진을 교체하기 위해 거의 10년 만에 사진관에 다녀왔다. 사진관 실장님이 현란한 보정 기술을 보여주시던 중 "이렇게까지 수정하면 부자연스럽지요"라고 하시길래 농담을 약간 섞어 "사진과 얼굴이 다르면 사진에 얼굴을 맞춰야지요"라고 답하였다. 현실과 이상이 다르지만 이상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또 다른 다짐을 했다.

 

 

이용민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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