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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해적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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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부 아프리카 베냉 앞바다에서 한국인 선원 5명이 해적으로 추정되는 무장세력에게 피랍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순간 필자는 10여 년 전 항해사로 근무할 당시 해적과 조우한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승선했던 선박은 인도 뭄바이로 가기 위해 소말리아 부근의 인도양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10시 방향을 쌍안경으로 보니 보트에 두 사람이 기관총을 들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이 해적임을 직감할 수 있었고,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레이더(Radar) 장비로 해적선을 탐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해적선이 우리 선박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어 우리를 쉽사리 따라올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적선이 속도를 갑자기 낼 수도 있기에, 우리를 발견하고 따라오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약 30분이 경과하고 그들의 움직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선교로 올라온 선장님과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2010년은 소말리아 해적이 인도양과 아덴만 등지에서 극심하게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다. 그러나 해적행위는 '현재진행형'이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19년 전 세계 해적사고 발생 동향'에 따르면 작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해적사고는 모두 162건으로, 2018년보다 19.4% 감소했지만, 가장 우려되는 해적피해 유형인 '선원 납치' 피해자 수가 134명으로, 2018년보다 61.4% 급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해적행위 등으로부터 국민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국제항해선박 등에 대한 해적행위 피해예방에 관한 법률(해적피해예방법)'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이 법률에는 소말리아 등 위험해역으로 지정된 곳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예방교육과 비상훈련 실시, 선원 피랍 방지를 위한 선원대피처 설치를 의무화하는 규정 등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나 볼 법한 해적으로부터 국민의 피해를 예방하고자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다에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선원과 선주들에게 약 8세기부터 이어진 해적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법률은 그 존재 자체로서 소중할 수밖에 없다.

 

 

성우린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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