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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기제 검찰총장에 대한 사퇴요구는 옳지 않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여권의 사퇴 압력이 예사롭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설훈 의원은 "검찰 총장이 임기가 있기는 하지만 이대로 계속 가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나라면 벌써 그만뒀다"고 하면서 직접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하여 "사건 재배당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거들었다. 이해찬 대표의 함구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권내에서는 윤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 같다. 사퇴요구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에 대하여 집권 여당 인사들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5일 강연에서 '한명숙 사건' 위증교사 진정 감찰 사건을 윤 총장이 대검 인권부장이 총괄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말 안 듣는 검찰총장과 일해 본 법무부 장관을 본 적이 없다"고 전례 없이 비난했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1988년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검찰총장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체제하에서 권력은 언제든지 말을 듣지 않는 검찰총장을 사퇴시키고 권력에 순응하는 사람을 그 자리에 세울 수 있었다. 권력에 순응하는 검찰은 국민의 검찰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검찰총장 임기제의 도입은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권력에 맞선 방파제가 되어 검찰권을 권력이 아닌 국민을 위해 사용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근거한 것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나 대통령의 인사권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지 국민의 위임없이 원래부터 대통령이 갖고 있는 권한은 아니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헌법상의 국민주권의 원리에 따라 주권자인 국민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하여 그 한계를 명시적으로 가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검찰총장 임기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총장에 대한 사퇴요구는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을 무시하는 것이며, 검찰총장 개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임기제 검찰총장에 대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임기를 채운 총장이 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만큼 정치적 외풍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 준다. 윤 총장도 여권의 지지와 야권의 반대 속에 취임을 하였으나 불과 1년 여 만에 상황은 180도로 바뀌었다. 이와 같은 상황의 원인에 대하여는 시각에 따라 달리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이해에 따라 임기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선거에서 거대 여당의 일원이 되었다고 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내세워 법치를 무시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은 법치를 통해 구현될 때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임기제 검찰총장에 대한 사퇴요구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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