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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과 일본의 선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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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결과 여당 측이 180석의 압승을 올렸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했던 민주자유당(299석 중 218석) 이후 30년 만의 ‘역대급 거여(巨與)’의 탄생이다. 200석이 필요한 개헌안 의결을 제외하고는 거칠 것 없는 힘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여당의 오만과 독주가 우려된다는 여론이 공존한다.


한편 여·야는 완벽히 동서로 구분된 모습을 보여, 지역주의 정치구조가 오히려 공고해졌음이 드러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역구도 해소를 위하여 일본과 같이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고 ‘석패율제’ 도입을 재추진하자고 주장한다.


○ 지역구도 정치와 일본의 석패율제

일본 중의원이 도입한 석패율제는 일종의 패자부활전이다. 선거구(우리의 지역구에 해당)와 비례대표에 동시 출마한 후보 중 선거구에서 낙선한 후보들을 다시 모아 그중 석패율이 높은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켜 구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를 독립적으로 뽑는 병립형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으므로, 전통적으로 보수가 우세한 지역에서 진보정당 후보가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고 그 반대의 경우도 물론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석패율제를 도입할 경우, 정당에서 전략적으로 지역 출마 후보를 비례 구제의 방법으로 정치권에 안착시킬 수 있다. 이로써 인물이나 공약이 아닌 이념, 정당에 따른 지역구도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반면, 오히려 그 과정에서 현재와 같은 ‘거대양당제’가 심화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국회 선거법 합의안에 석패율제도 포함되어 이번 21대 총선부터 이를 도입하고자 했으나 여러 논란 끝에 무산된 바 있다. 석패율제 도입뿐만 아니라, 선거제도 전반의 개선이 요구되는 때 변화를 최소화하는 한에서 국민 권익을 보다 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 일본의 국회와 기명식 선거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상투적인 표현 그대로, 이웃 나라 일본은 천황이라는 국가 원수가 직접 통치에 관여하지 않고 내각총리대신을 임명한다. 국회는 중의원·참의원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양원제로, 양원의 의사 일치로 의사가 성립한다.

양원제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반영할 수 있고, 신중한 심의가 가능하여 여대야소하에서 여당의 폭주를 억제할 수 있다. 참의원은 당파를 떠나 중립적이며 공정한 심의의 장이라고 하여, ‘양식의 부(良識の府)’라고 칭하여진다. 다만, 간혹 참의원 여당이 중의원의 의결을 그대로 가결 시키거나, 참의원 야당이 만연히 심의를 거부하거나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태도로 일관할 때도 있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도 참의원이 제 기능을 못하여 양원제 국회의 유명무실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양원제 하의 일본 선거제도 역시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다. 중의원과 참의원은 각 의석과 선거구 단위가 다르고, 따라서 투표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상·하원 중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은 총 465석으로 4년에 한 번 선거구 의원(289명)과 비례대표(176석)를 같이 선출하는 혼합형 선거제도다. 선거구 의원은 우리나라와 같이 소선거구제로, 비례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의 투표 방식도 우리와 다른 점이 많다. 일본 공직선거법 46조는 “선거인은 투표용지에 후보자 1명의 이름을 자필로 써서 이를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구(지역구) 선거의 경우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성명을, 비례대표의 경우 정당의 명칭을 직접 자필로 기입하게 돼 있다.

이러한 방식은 부정 선거를 막고 투표용지 준비가 쉽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무효표가 다량 발생하고 개표 시간 및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유효표 인정 기준이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데, 실제로도 이에 따른 논란이 적지 않은지 나름대로 세부적인 기준이 정해져 있다. 가령 ‘문재인’ 후보를 적고자 하는데, 성이 떠오르지 않아 ‘재인’이라고만 작성한 경우, ‘김재인’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게 각 0.5표씩 인정될 수 있다(이를 ‘안분표’라고 한다). 그러나 막연히 복수의 후보를 기재하면 무효처리된다는 점 등이 인상적이다.

한편, ‘주관식’ 투표인 만큼 유권자들이 후보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평소 익숙한 이름이나 정당을 적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방식은 이름이 알려진 기성 정치인이나 세습 정치인에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자신의 이름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후보자들은 어려운 한자어가 아니라 기억하기 쉬운 가나(일본문자)로 표기를 선택한다.

아베 총리의 한자 표기도 대중에게 익숙한 ‘阿部(아베)’가 아닌 ‘安倍(아베)’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평소 익숙한 ‘阿部’로 잘못 적을 가능성이 높아, 아베 총리는 무효표를 우려하여 선거 출마시 히라가나 표기인 ‘あべ’를 사용했다.

문맹률이 낮은 우리나라에 기명식 투표가 도입될 경우,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후보 이름을 기재하는 것 자체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사실 우리 중 대다수는 학창시절 반장선거를 통해 이를 경험해 보았다!). 한편 투표 용지에는 ‘기호 ○번’도 쓰여있지 않을 테니, 숫자만 보고 한 표를 행사하던 유권자들의 표가 분산되는 효과도 있다. 이로써 거대양당화 및 지역구도화가 억제될 가능성도 있다.


최유진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서울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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