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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법은 누구의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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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첫 칼럼으로 '법은 곧 꿈이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법률가의 임무'라고 썼었다. 그런데 그 꿈은 누구의 꿈인가.

 

기본적으로 그것은 권력자의 꿈임을 부인할 수 없다. 정치현상으로서 어떠한 세력이 권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그들이 어떠한 이익을 취했다는 것을 넘어, 그 사회에서 권리와 의무를 나누는 원칙을 스스로 설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소 비관적으로 보자면, 법은 과거에 이 사회를 지배했던 권력자들이 켜켜이 쌓아둔 꿈들의 집합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죄형법정주의라는 형법원리와 사적자치라는 계약법원리는 시민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상인계층의 이익에 가장 잘 봉사한다. 우리는 여전히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토지조사부에 누가 사정명의인으로 등재되었는지에 따라 현재의 등기부를 믿고 취득한 소유권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국가보위입법회의에 의해 개정된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효력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은 독립하는 과정에서 부단히 영국보통법과 멀어지려고 노력하였으나 그로부터 벗어나지 못했고, 원래 프랑스 영토였다가 미국으로 귀속된 루이지애나의 주법은 여전히 대륙법계를 기반으로 한다. 

 

그런 역사적 사실이 불편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로마법에는 사람을 물건, 즉 권리의 객체로 취급하던 노예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 민법에 노예제는 없고 로마법에서 연원한 미성년자 보호제도와 다수의 유용한 물권제도가 있다. 간통죄는 폐지되었고, 최근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기준 연령은 낮아졌다.

 

비록 법이 과거 권력자들의 꿈이었지만 거기에 부정할 수 없는 합리성이 있고 분쟁해결의 기준으로서 역할이 인정되는 경우에야 현재의 규범으로 살아남는 것이고, 거기에 새로운 세대가 나타나 계속 새로운 꿈들을 덧붙여 간다.

 

법이 과거 권력자들의 꿈이었다는 사실보다는 그러한 꿈 중에 어떤 것이 살아남는가가 더 중요하고 적어도 그 과정에 우리의 꿈이 개입된다. 법은 과거 이 땅에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꿈이 모여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계속 검증받고 새로 만들어지면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법은 우리의 꿈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박광서 고법판사 (수원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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