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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불편한 반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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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한 재판부는 재판을 종결(변론종결)하고 판결을 선고하기 전주에 3인의 판사가 모두 모여 '합의'를 한다. 합의는 통상 주심 판사가 먼저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고 쟁점 사항들에 대한 검토 의견과 사건 결론(판결 주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 나머지 2명이 그 사건에 대한 의견 등을 밝히면서 의견을 조율하여 최종 결론(판결 주문)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배석판사 두 분은 함께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각자 고민하는 사항(사실관계의 확정 문제이든, 법률관계 해석·적용의 문제이든)들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교류하면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서 막상 합의 자리에서는 두 분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재판장인 나는 주심판사의 반대 입장에서 '다른 쪽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혹시 진실한 것이 아닐지', '당사자들 사이의 사건 당시 의사가 혹시 다르게 해석될 여지는 없는지', '만약 이와 같이 다른 전제에 선다면 사건의 결론이 어떤 식으로 내려지는지', '다른 전제에서의 결론이 정의관념이나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 더 부합하는 것은 아닌지' 등 다양한 문제 제기를 한다. 때로는 의미 있는 반대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소 딴지를 거는 듯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재판부는 합의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나의 배석시절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합의 때 부장판사가 이것저것 많은 질문과 의견을 내는 것은 주심판사를 상당히 곤란하게 하는 일일 수 있다. 그렇지만 각자의 책상에 앉아 기록을 검토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작업에 더하여 합의 자리에서 서로 입 밖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고,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꽤 많다. 그런 소득을 위해 때론 일부러 반대 입장에 서서 의견을 개진해 보기도 한다.

 

중국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댐을 준공한 후 건설책임자가 댐 준공에 가장 기여한 사람은 계속 반대의견을 제시하던 사람들이었다면서 그들의 반대의견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는 과정을 통해 결국 댐 준공에 이를 수 있었다고 인터뷰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위 사례 등을 핑계 삼아 합의과정에서 불편한(?) 반대자 역할을 계속해 나가볼까 한다.

 

PS. '반대'의 본질론적 불편성과 경험론적 가치 사이의 조화에 대해 고민해 본다.

 

 

임영철 부장판사(대구지법 포항지원)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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