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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법사위는 헌법 정신을 구현하여야 한다

제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상 협상 과정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거대 여당이 단독으로 가져갔다. 이로써 지난 17대 국회 때부터 원내 제1당이 국회의장을,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다는 관행이 16년 만에 깨졌다. 민주당은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한 만큼 개혁입법처리 동력을 얻기 위해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반면, 통합당은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를 위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의 주장은 민주당이 과거 야당 시절 하던 주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번 법사위원장 선출 과정이나 법조인이 아니면서 당권파 실세인 윤호중 의원이 위원장이 된 사실에 비추어 보면 법사위 운영 관행이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그동안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이 있으면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 법안심사소위로 넘기고 소위에서는 만장일치로 찬성을 얻어야 통과되어 왔다. 불합리성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회의 관행은 존중하는 것이 맞다. 대의제도는 사회공동체의 동화적 통합을 촉진하는 통합기능을 가져야 하는데 관행이 지켜지지 않으면 갈등을 계속 유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수결 원리는 그 자체가 민주주의 원리를 뜻하는 것이 아니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형식 원리에 지나지 않는다.

 

법사위는 헌법의 틀 안에서 법률 간의 조화와 함께 위헌적인 법률을 사전에 정제하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의 체계와 자구를 심사한다. 헌법에 반하지 않는지, 다른 상임위 소관 법률과 충돌하지는 않는지 보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은 단원제의 단점을 보완한다. 단원제는 의안을 심의함에 있어 신중을 기하지 못하여 경솔과 졸속을 피하기 어렵고, 의회나 원내다수파의 전제와 횡포를 방지하지 못하여 국민의 권익을 옹호하는 데 소홀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 법사위는 대법원, 헌법재판소, 검찰 등 사법 또는 준사법기능을 수행하는 정부기관을 관장한다. 국민적 동질성이 상실되고 이로 인한 계층 간의 갈등이 큰 현재 상황에서 법사위의 책임과 역할은 막중하다. 

 

법사위에서 관행이 별 다른 이유없이 깨지고 '소수의 보호'가 강조되지 않는다면 의회주의의 위기가 초래될 것이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이며 입법기관인 동시에 국정통제기관으로서 합의체의 국가의사결정기관이다. 합의체 기관의 순기능은 중지를 모아 합리적인 결정을 함으로써 고독하게 이루어지는 독단적인 결정이 초래할 수 있는 오류의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데 있다. 자유토론이 배제되거나 다수결원리가 오히려 다수의 횡포로 역기능하는 경우, 합의체기관의 의사결정은 독단적인 결정보다 질적으로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의회주의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격은 바로 다수결원리의 역기능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합의체기관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소수의 보호'가 특별히 강조되는 것이다. 우리 헌법도 국회의 의사결정방법으로서 다수결원리를 채택하면서도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도 함께 두고 있다. 국회의 기능은 헌법에 의해서 주어진 것이므로 헌법이 추구하는 근본이념과 기본원리를 존중하고 헌법원리상의 한계를 넘지 않아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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