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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이커머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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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전자상거래, 즉 이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의 확산이 모바일 쇼핑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 올해의 코로나는 쇼핑의 대세가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오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촉매가 되었다. 쇼핑이란 원래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하는 것 아니었던가? 마트에서 물건을 담던 때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후 연일 터지는 물류센터와 콜센터의 확진자 발생 상황을 보며, 필자가 이커머스 회사에서 처음 일하면서 알게 되었던 이커머스의 속살이 기억 속에 다시 떠올랐다. 산뜻한 IT기술로 무장하고 있을 것만 같았던 고고한 이커머스는, 사실 물 밑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백조의 물갈퀴 발처럼 거대한 인력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강남 한복판 멋진 오피스 건물에서 일하는, 모두 합쳐도 몇백 명 되지 않는 본사 임직원의 모습은 이커머스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변두리 사무실에서 끊임 없이 전화를 받는 고객센터의 직원들, 야간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잠실역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매일 일당을 정산 받는 수천 명의 물류센터 도급 직원들이 없으면 이커머스는 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가 네이버에서 편리하게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은 구로의 좁은 사무실에서 누군가가 이커머스에서 팔리는 상품 하나하나에 PID(상품고유번호)를 입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필자는 이커머스 대신 휴먼커머스라는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2020년, IT 본사의 임직원들이 리모트 워크와 재택근무 연장을 논할 때, 이커머스의 숨은 역군들은 밀집, 밀폐된 공간에서 감정노동, 육체노동을 하다가 코로나 확진자로 격리되는 것이 현실이다. 정보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사회의 계층화와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것은 아닌지. 

 

아니, 인공지능 챗봇과 물류로봇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 확실한 고작 몇 년 후보다는 오히려 지금이 낫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완전 자율주행이 없애게 될 수백만 개의 일자리에 대해 경고한 미국 대선 예비후보 앤드류 양의 말이 떠오르면서, 과연 법은 이렇게 확실히 다가올 미래에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는지 걱정이 되는 아침이다.

 

 

천준범 변호사 (법무법인 세움)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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