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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입법 절차의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달 30일 제21대 국회가 출범한 이래 향후 4년 동안 이러 저러한 법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국회의원들이 여럿 있다.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에 기대되는 면도 있지만, 동시에 그러한 법들이 일부 정치 성향과 포퓰리즘에 기반함으로써 우리 헌법과 전체적인 법체계에 부합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제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5월 20일에는 141건의 법률안이 부의되어 133건이 통과되었다. 오전에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친 법률안들이 바로 그 날 오후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어 일사천리로 처리되었다. 한동안 국회에서 잠자던 법률안들이 갑자기 부활하여 급하게 통과되기도 하였고, 당일 오전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수정된 안이 바로 그날 오후에 통과되기도 하였다. 어떤 내용의 법률안이 어떻게 수정되어 처리되었는지 국민은 알 수도 없는 사이에 100여건이 넘는 법률이 통과된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이 지나기도 전에 20대 국회는 임기를 마쳤다. 

 

오랫동안 국회에서 잠자던 민생법안이 그나마 마지막에 통과되어서 다행이라는 면도 있겠지만, 이러한 절차가 정상적인 국회의 입법 절차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느 법이든 정도야 다르겠지만 상충되는 이해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국민은 어떤 국회의원이 상충되는 이해관계 조절을 합리적으로 하는지, 지역구만의 이익이 아닌 전체적인 국익 측면에서 우선 순위를 가지고 입법 활동을 하는지 등을 점검할 권한이 있다. 투명한 의정활동과 입법활동 없이는 4년 후 국민의 신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제21대 국회에서 제·개정되는 법률은 국회 내에서의 활발한 토론과 국민의 의견 수렴을 통하여 실체적으로 헌법을 준수하고, 전체적인 법체계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를 통해 입법되어야 할 것이다. 

 

작금의 입법 관행에서 또 우려되는 부분은 행정입법과 정부에 의한 청부 입법 현상이다. 막상 법률에는 알맹이가 없고 중요한 부분을 시행령 등 행정입법으로 위임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법률 통과 시에는 행정법령안은 준비되어 있지도 않은 터라 통과된 법률이 앞으로 국민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러한 행정입법은 시행령과 시행규칙, 각종 고시와 가이드라인, 해설서로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서 결국 수범자인 국민 뿐만 아니라 법조인도 이해하기 어려운 규제로 부각되는 안타까운 현상을 초래한다.

 

정부에 의한 청부 입법이 횡행하고, 법령의 중요한 부분이 하위 규정으로 위임을 거듭하고, 예측 가능성 없이 국민의 권익을 침해할 수도 있는 법률안이 갑자기 통과되는 사태가 21대 국회에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거대 여당이 군림하는 국회는 다수의 횡포가 두드러질 우려가 있다. 여당 입장에서는 소수의 견해를 경청하는 포용력을 보여야만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와 다음 총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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