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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미안해요, 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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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참가했던 노동사건실무 법관연수에서 '미안해요, 리키'라는 영화를 접하는 기회가 있었다. 영화는 리키가 택배배송회사의 매니저와 면접을 보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리키는 지금까지 상급자의 지시를 받으며 피고용자로서 열심히 일해왔지만 이제 자신 혼자 일하고 자신만의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고, 매니저는 택배배송기사야말로 그에 적합한 일이라고 답변하며 그를 채용한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리키의 택배배송기사의 일과 삶이 어떠한지를 영화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는 작년에 개봉된 작품으로, 다큐멘터리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리키의 삶을 지극히 사실적인 모습으로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결말조차도 현실적이어서 '답이 없는' 채로 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그 중의 하나는 실질적으로는 고용에 가까운 형태로 일하고 있음에도 형식적으로는 개인사업자라는 허울 아래 근로자들을 위한 각종 법적·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삶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이다.

 

산업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외면당하여 왔고, 그 과정에서 한동안 노동자는 철저하게 약자였다. 근현대에 이르러 노동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노동자의 지위와 근로조건을 보장 및 향상시키려는 노동운동은 어느 정도 결실을 맺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근로자들과, 경제적 이익 실현을 우선하는 사용자들 사이의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리키와 같은 새로운 근로형태 역시 끊임없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 노동사건에서 사용자들은 "더 이상 근로자들은 약자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오히려 근로자들이 근로자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호를 악용하여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리키의 택배회사도 아마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수많은 택배배송기사들이 있고, 그들의 근태도 회사에 따라,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일 테지만, 그 영화가 그리도 보기 불편했던 것은 그러한 삶이 분명히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그런 삶이 개선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기를 소망한다.

 

 

노연주 판사 (서울북부지법)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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