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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월권의 역사를 쓴 체계·자구심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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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위증죄의 법정형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이다. 형법 제152조의 위증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전자는 국회의 국정감사 및 조사의 내실화를 위한 처벌 규정이고, 후자는 국가의 사법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형벌 규정이다. 입법부의 기능 침해와 사법부의 기능 침해 중에 어느 행위가 더 무거울까. 똑같은 허위증언인데 법정형으로 보면 국회 기능 침해가 더 불법적이다. 입법부 기능과 사법부 기능에 차이가 있는 것일까. 오히려 국회보다 사법부의 기능 보호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전자는 벌금형도 없다. 어떤 처벌 법규를 제정하더라도 기본과 기준은 형법이다. 형법에 유사한 불법행위와 비교하여 법정형을 정해야 한다. 두 행위의 법정형에 심한 불균형이 명백한데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를 통과했다. 심사를 제대로 한 것일까 의문이 드는 예시다.

 

빙산의 일각이다. 국회 법정형 정비 자문위원회가 2013년 발간한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1280여 개의 법률이 존재하지만, 법률안 입안이나 심사단계에서 법률 간의 체계나 내용을 미처 고려하지 못하여 불균형이 발생했다"라고 꼬집고 있다. 부처별로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의무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형사처벌을 선택하고 되도록 중한 처벌을 원하다 보니 비슷한 불법 유형임에도 법정형이 제각각이다. 자문위원회에서 개정을 권고했으나, 여전히 그대로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다른 법안과 충돌하는 점은 없는지,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용어와 표현이 적절한지 등을 심사하는 것이 체계·자구심사인데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와 비교해 규모가 더 큰 것도 아닌데 법무부와 사법부 등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 외에 상임위에서 올라온 모든 법안을 심사하려니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결과다. 법사위의 관심사가 다른 데 있기도 했다. 체계·자구심사권을 무기로 본회의로 가는 길목을 지키면서 사실상 모든 법안을 제어하려 했기 때문이다. 권한은 제대로 행사하지 않으면서 오남용의 역사를 남겼다. 20대 국회 전반기만 봐도 민생법안과 개혁법안이 야당 법사위원장과 야당 간사의 몽니 부리기로 한없이 지연되고 좌초되기도 했다. 국회 운영의 병폐와 월권의 역사 대부분은 법사위 작품이다. 위원장을 차지한 야당의 입법 저지 수단이었던 것이다.

 

바꿔야 한다. 법사위도 다른 상임위와 동등해야 한다. 상임위에 군림하는 상왕, 국회 내의 상원 노릇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법사위는 사법부, 법무부, 감사원 등 고유 소관 업무만 담당해도 벅찰 정도다. 다른 상임위는 행정부의 몇 개 부처지만 법사위는 행정부처가 아니라 입법부와 동등한 사법부 전체다.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기능은 각 상임위와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할 우려도 있다. 국회 내 독립적인 전문기구인 입법 지원기구를 통합·설치해 상임위 발의 초기단계부터 입법영향평가, 체계 및 자구 등 법률정합성과 타당성 검토 등 입법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2015년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폐지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금은 여야의 위치가 바뀌었다고 180도 돌아섰다. 더불어민주당도 2018년에 당론으로 체계·자구심사 폐지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여야의 합의가 있는 셈이다. 법사위원장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를 두고 줄다리기할 것이 아니라 법사위의 힘을 빼 다른 상임위와 동등하게 만들기가 급선무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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