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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피의사실공표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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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경영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불법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9일 새벽 기각됐다. 이번 영장청구를 둘러싸고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양측의 치열한 공방 속에 영장심사는 8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대기업 총수의 구속 여부를 결정 짓는 사안인 만큼 법조계와 재계는 물론 국민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그런데 이번 구속영장 청구 과정에서 씁쓸한 뒷맛이 남는 장면이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부터 나오기 시작한 단독 보도들 때문이다. 보도 내용에는 검찰이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벌어졌던 삼성 측의 로비 정황이 담긴 물증을 확보했으며, 그룹 차원의 로비 시도에 이 부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검찰이 의심하고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검찰이 이 부회장에게 직접 구체적인 승계 작업이 보고됐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구속영장청구서에도 포함된 내용들로 짐작된다. 

 

법원 영장심사를 코 앞에 두고 이 같은 보도들이 터져나오자 일부 법조인과 언론인들은 혀를 찼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피의사실 흘리기로 영장 발부를 압박하는 검찰의 잘못된 관행이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언론인은 "혐의 사실 흘리기가 사실이라면 검찰이 심각한 악수를 뒀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측도 즉각 반발했다. '출처가 분명치 않고 유죄를 예단하는 일방적 보도를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보도가 수사팀의 의도적인 피의사실 흘리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게 비친다는 점은 문제다. 한동안 잠잠했던 피의사실공표 논란이 이 사건으로 재점화 된다면 검찰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피의사실공표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크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법원에 잘못된 예단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검찰이 피의자·변호인단과 혐의 유무와 경중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적법절차 준수, 피의사실공표 금지 등 원칙과 룰이 깨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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