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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에 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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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현역 육군 하사 B씨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며 계속 복무를 희망하였으나, 군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심신장애를 이유로 강제전역시켰다. B하사는 이에 불복하여 인사소청을 제기하였고, 소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원에 최종 판단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B하사와 같은 성전환자를 포함한 성소수자에 관한 현행 제도를 인권의 측면에서 살펴본다.



1. 동성애자의 군복무

현재 우리 군은 동성애자의 현역복무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이들의 군복무에 지장이 없도록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군인은 이 법의 적용에 있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며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부대관리훈령(국방부훈령)은 동성애자 병사의 복무 여건 보장을 위한 별도의 장(章)을 두고 있다. “병영 내 동성애자 병사는 평등하게 취급되어야 하며, 동성애 성향을 지녔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라는 기본원칙 하에, 동성애자 병사의 신상비밀 보장, 아우팅 제한, 동성애자에 대한 구타, 가혹행위 등 일체의 괴롭힘과 차별 금지, 성적 소수자 인권보호 교육 등 구체적인 금지·의무사항을 규정하고, “지휘관 등은 동성애자 병사가 단순히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히는 경우에 강제 전역조치를 할 수 없다”라고 하였다. 다만, “동성애자 병사의 병영 내에서의 모든 성적행위는 금지된다. 이에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 또는 .... 징계처분한다”는 내용은 뒤에서 살필 추행죄의 구성요건(장소·행위 유형)과 관련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잠정 결론으로, 동성애자인 국군 장병은 병영 내에서 성적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아무런 차별이나 불이익 없이 복무할 수 있다.


2. 성전환자의 군복무

현행 법령에는 성전환자의 군복무에 관한 규정이 없다. 금지인지, 허용인지 침묵하고 있다. 2020. 1. 22. 육군은 B하사의 요구사항인 ‘성별을 여군으로 전환하여 계속 근무하는 것’의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대신, 남성 군인으로서 유지하여야 할 신체 상태의 결여를 이유로 강제전역시켰다. 군인사법 제37조(심신장애로 인한 현역 부적합자의 전역)를 적용, 성전환수술을 통한 음경 상실과 고환 결손으로 인한 심신장애(각 5급, 합하여 3급)를 인정하여 전역처분한 것이다.

성전환자의 군복무 허용 여부에 관한 정책 결정은 다른 유형의 성소수자에 비해 어려운 고려요소를 수반한다. 성전환자의 신체적 조건이 군인으로서 전투력을 발휘하는데 있어 장애요소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확정적이지 않다. 상대적 다수인 일반 남군 및 여군과의 관계에 있어 소수자로서의 성전환자를 어디까지 동등하게 대우하고 어느 영역에서 특별한 보호 또는 합리적 차별을 할지 판단하여야 한다. 주거와 의료 복지 등에 소요되는 예산도 고려되어야 한다. 성전환수술의 위험성, 고비용성 등을 감안한 본인의 선택에 따라 기존의 생식 기관 제거에서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자신을 성전환자로 인식하고 전환된 성별자로서 인정받기를 희망하는 시점도 일률적이지 않다. 군대 안밖에서 특정인을 성전환자로 평가·인정하고 귄리를 보호하는 방식과 수준은 국가마다 다양하다. 1974년 네덜란드가 최초로 성전환자의 군복무를 허용한 이래 현재까지 영국, 캐나다, 호주, 이스라엘 등 19개 국가가 공식적으로 성전환자의 군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미군은 2016. 6. “성전환자의 전투력은 저하되지 않는다”는 랜드연구소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성전환자의 군복무를 최초로 허용하였다가, 2019. 4.부터 성전환자 군인에 대한 의료비 예산 부담이 과중하다는 등의 이유로 다시 금지하고 있다.

B하사의 강제전역처분(실질적으로 여군전환·계속복무 거부처분)에 관한 쟁송에서는 처분성, 필요적 전심 요건의 충족성, 처분의 적법성(입법부작위에 따른 처분의 위법성 및 관련 법률의 위헌성 여부 포함) 등의 쟁점이 다루어 질 것이다. 향후 B하사가 새롭게 여군에 지원하였으나 오직 성정체성의 문제로만 임용이 거부되는 경우 새로운 쟁송이 불가피할 것이고, 국가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도 예상된다.


3.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대법원 2006. 6. 22.자 2004스42 전합 결정으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은) 성전환자의 호적(현 가족관계등록부) 상의 성별정정이 최초로 허용되었고, 이후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가족관계등록예규)이 마련되었다. 위 예규는 “성전환수술을 받아 현재 생물학적인 성과 반대되는 성에 관한 신체의 성기와 흡사한 외관을 구비하고 있음”을 의사의 소견서나 진단서를 통하여 확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재판부에 따라서는 당해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에도 여타의 상황을 종합하여 허가를 해주고 있어 당사자들의 포럼 쇼핑이 일어난다. B하사는 2020. 2. 10. 청주지방법원의 성별정정허가결정을 받았다.


4. 군형법상 추행죄의 존폐

군형법의 추행죄는 다음과 같이 변천하였다.

1962. 1. 20. 제정 군형법 제92조(추행)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 2009. 11. 2. 개정 군형법 제92조의5(추행) 계간이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 2013. 6. 19. 개정 군형법 제92조의6(추행)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계간’이 ‘항문성교’로 대체되고 범죄행위의 객체를 군형법 피적용자로 한정하며(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추행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1973. 9. 25. 선고 73도1915 판결) 법정형을 상향시킨 것 이외에는 본질적인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추행죄에 대한 두 번의 위헌소원심판과 한 번의 위헌제청심판에서 모두 합헌결정을 하였다(2001헌바70, 2008헌가21, 2012헌바258). 그런데 그 위헌성 판단의 주된 초점은 계간에 이르지 않은 ‘기타 추행’ 부분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위배 여부, 폭행 또는 협박, 위력 내지 위계와 같은 강제력이 수반된 가해적 추행(predatory sodomy)에 관한 처벌의 필요성과 당위성 인정 여부에 있었다. 어떠한 형태의 폭행, 협박도 수반되지 않고 상호 합의에 의한 자발적이고 공연성 없는 내밀한 동성애행위(계간 포함)에 대하여 그 행위자가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개입하여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이 당사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은 부족하였던 것이다.

군 사법기관은 가해적 ‘기타 추행’ 행위에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되지 않아 강제추행으로 의율할 수 없거나 폭행, 협박은 있었으나 고소가 없었거나 취하된 사안들을 추행죄로 처벌하여 왔다. 이러한 관행은 자발적 합의에 의한 동성애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추행죄의 본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것으로서 공소권의 남용이자 과도한 재판권 행사로 비판받아 왔다. 더욱이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 규정이 대부분 삭제되고 강간죄의 객체가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장되었으며 유사강간죄도 신설된 현 상황에서는, 구체적 행위 유형과 강제력의 정도에 따라 강간죄, 유사강간죄, 강제추행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를 선별적으로 적용하면 충분하다. 추행죄가 있든 없든, 이들 가해적 행위를 처벌하고 군기강과 법질서를 유지하는 데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 이제 추행죄는 더 이상 군인의 군인에 대한 가해적 행위를 처벌하고 금지하기 위한 장치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군인간의 동성애행위를 처벌 금지하는 수단으로서 남아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 위계 또는 위력과 같은 ‘강제성(가해성)’과 공연음란죄를 구성할 수 있는 ‘공연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성년인 군인 동성애자 사이의 동성애행위는 항문성교이든 기타 행위이든 국가가 이에 관여하여서는 안될 것이고 이를 처벌하는 조항은 헌법위반으로 보아야 마땅하다. 모든 군인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 국민으로서 헌법상 권리인 자유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가진다. 성적 자기결정권에 있어 동성애자인 군인이 이성애자인 군인, 동성애자인 일반인과 비교하여 차별을 받을 합리적 이유는 없다. 국민의 평등권에 관한 헌법 제11조의 ‘성별’의 개념에는 성적 정체성의 개념이 포함되고,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는 가장 내밀한 성적 표현과 활동이 포함된다. 보다 진일보한 법률해석·판단과 입법을 통해 군내 성소수자를 비롯한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인권이 신장되기를 소망한다.


최재석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상임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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