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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생활

[나의 문화생활] 드라마 ‘킹덤’을 보고

‘코로나’로 갇힌 상황에서 본 조선시대 바이러스 창궐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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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생이 된 막내가 온라인 개학을 맞아 첫 번째로 받은 과제는 주변에서 봄꽃을 찾는 것이었다. 집 주변을 함께 돌아다니며 개나리, 벚꽃, 살구꽃 등의 사진을 찍고 이름을 맞춰 보는데 땅바닥에 붙은 작은 청보라색 꽃이 눈에 띄었다. 이름도 민망한 큰개불알꽃이었다. 이건 이름을 잘 모르겠지 싶어 알려주려고 “이 꽃은 이름이 뭘까?”하고 물어봤는데 옆에 있던 큰 녀석이 끼어들어 대답을 했다. 


“생사초!”, “.....”
생사초는 보랏빛꽃을 가진 작은 풀인데, 찬 것을 좋아하는 성질이라서 춥고 어두운 곳에서 서식한다. 그 풀을 짓이겨 묻힌 침을 죽은 자에게 놓으면 죽은 자가 살아나 인육과 피를 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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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제는 아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킹덤’이라는 드라마 속의 이야기이다. 한참 코로나19로 외출을 못하던 상황에서 조선시대에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야기의 드라마를 집에서 보다니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 시즌에 단 6화의 구성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 시즌1까지 몰아서 봐도 하룻밤에 다 볼 수 있었다. 날을 새고 보느라 몸은 힘들었어도 코로나 육아로 피폐해진 멘탈에 위로가 되어 준 하룻밤이었다.

킹덤의 이야기는 참신하다. 좀비 사극이라니. 그런데 들여다보면 누구는 굶어 죽어도 누구는 산해진미를 먹는 계층 간 격차, 핏줄과 집안, 혈족에 대한 애착과 감싸기, 권력에 대한 끝없는 욕심과 정치판의 권모술수까지 어느 시대에서나 보았던 지금 이 시대에서도 보이는 익숙한 이야기이다. 스포일러를 마구 풀어보자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부산 동래에서 시작된 역병이 상주를 거쳐 경상도 전체에 퍼지는데 알고 보니 그 역병은 궁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권력을 탐한 영의정 조학주 일가가 조학주의 딸 계비 조씨가 원자를 낳을 때까지 왕을 살려 두기 위해 죽은 왕을 생사초로 살려 두었던 것이다.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어의였던 이승희 의원을 찾아 동래로 내려갔다가 좀비들을 피해 올라오던 세자 이창은 조학주의 계략에 빠져 좀비가 된 아버지를 죽이게 된다. 세자가 임금을 죽인 역적으로 몰린 상황. 하지만 결국 모든 진실은 밝혀진다. 당당하게 궁에 들어선 세자에게 모든 것을 잃고 권좌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서 계비 조씨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계비 조씨는 순순히 물러나지 않고 "자신이 못 가질 바에는 누구에게도 주지 않겠다"면서 좀비를 궁에 풀어버린다. 말로 하니 참으로 독하다 싶지만 권력을 갖기 것만 목적일 뿐 이를 위해서 국익이나 국격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던 악인들이 실제로 있었던 것 보면 드라마는 인식하지 못했던 실제의 거울임을 또 느낀다. 

 

영화관에서 스크린으로 봤다면

 ‘반지의 제왕’ 봤을 때 그 느낌 


드라마 킹덤은 해외에서 ‘갓갓’이라고 불릴 정도로 멋진 모자가 많이 나오는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실제로 고증을 열심히 했는지 신경을 많이 썼는지 의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고한 분위기의 갓, 조정에서 신하들이 세트로 쓰고 나온 사모, 조학주가 집에서 쓰고 있던 정자관. 모두 멋지지만 특히 무관들이 쓴, 붉은 술을 달고 구슬 끈을 늘어뜨린 전립은 무관들의 절도 있는 몸짓 덕분에 영국 근위병은 비할 바도 없이 멋졌다. 등장인물들이 도포자락 휘날리며 뛰어다니고 말을 타는 모습을 보면 저 옷이 불편했지 라는 기억은 어느새 사라지고 한복은 참으로 멋스러운 의상이구나 싶다.

무엇보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에 우리나라의 산과 강, 들과 건물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볼거리였다. 동래에서 양반들만 탄 배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장면이나 세자가 호위무사와 모래사장에서 말을 달리는 장면, 궁궐 후원의 정자가 보이는 호숫가의 흐드러진 단풍, 눈발이 휘날리는 숲길....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봤단면 반지의 제왕을 봤을 때의 그 느낌이 아니었을까.

경상도부터 한양까지 이어진 생사초의 비밀이 다 풀린 줄 알았는데 함경도에서도 이야기가 더 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시즌3가 기다려진다.


이윤정 교수 (강원대 로스쿨)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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