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사설

장애인 참정권,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지난달 22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 단체와 장애인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소중한 한 표 행사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의 규정과 달리 선거 때마다 장애인의 참정권은 차별당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였다. 장애인들은 "글씨를 보지 못하여 활동지원사와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려고 하니 직원이 활동지원사를 막았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알지 못한다고 타박을 받았다", "사전투표소에서 줄을 서 있는데 누군가가 와서 마스크를 낀 채 이야기를 하여 청각장애인으로서 입 모양을 볼 수가 없어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였다"는 등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차별을 당한 경험을 쏟아냈다.

 

우리 헌법은 제24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공직선거법 제157조는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7조는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 및 설비, 참정권 행사에 관한 홍보 및 정보 전달, 장애의 유형 및 정도에 적합한 기표방법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헌법과 법률이 장애인의 참정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있음에도 장애인들 자신이 참정권을 차별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장애인의 참정권이 현실에서 충분하고도 실효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하겠다. 

 

물론 다수의 투표소를 1층 또는 승강기 설비가 되어 있는 곳에 설치하여 장애인들의 접근이 보다 용이하도록 하는 등 과거에 비하면 장애인의 투표권 행사 보장이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와 같이 비례대표가 많은 경우에는 점자 투표지 제작 자체가 어렵다고 한다. 점자 투표지가 없으면 시각장애인이 직접 기표를 할 수가 없게 되므로, 점자 투표지 제작이 불가능하다면 점자 투표지를 대체하여 시각장애인이 직접 기표를 하는 것과 동일한 정도의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시각장애인이 활동지원사와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는 것은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 관계자들의 장애인 참정권에 대한 부족한 인식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장애의 유형과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다른 만큼 그에 맞게 참정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장애인 또는 장애인운동가를 영입하여 의정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나, 장애인이 국민으로서의 기본적 권리인 참정권을 행사함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국가는 차별받은 장애인 등의 권리를 구제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의 참정권 실현을 위한 세밀하고도 실질적인 조치를 다 하지 않아 투표에 애로를 겪도록 한다면 이는 국가 스스로가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다. 장애인 참정권의 선언적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보장이 이루어지도록 관계기관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