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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열풍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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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7월 13자 신문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고 귀국해 카퍼레이드를 벌이는 정명훈 씨 사진이 크게 실렸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입상한 것은 국제적으로도 뉴스거리였다. 지금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국제 대회에서 수상한 음악가들이 다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서양음악의 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갑자기 음악 천재들이 쏟아져서가 아니라 국가와 기업,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와 관련하여 한국식 감염병 방역체계가 세계 각국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K-방역모델'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고, 각국이 이를 배우고 있다. 이러한 고무적인 결과는 단기적인 노력의 대가는 아닐 것이다. 과거 사스, 메르스 사태 등을 거치면서 민관의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의 결과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과연 사법의 영역은 어떠한가? 근대적 사법제도 도입 이후 많은 발전을 거두었고, 등기업무전산화나 전자소송 등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제도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제한된 영역에 관한 것일 뿐 법조 어느 영역에서라도 전 세계에 내놓을 만큼 큰 성과를 거둔 제도가 있는가? 이른바 'K-사법'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는가? 오히려 법조는 국민들로부터도 큰 신뢰를 얻지 못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K열풍을 지켜보면서 더욱 아픈 대목이다. 하지만 이는 법조 구성원들의 인식이나 노력 부족만 탓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보다 질 높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아낌없는 투자가 뒤따르지 않는 한 쉽게 이룰 수 없다. 판사로서 필자는 혼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나만의 법정을 가져보는 것이 소원이다. 지금처럼 요일이나 시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법정입구에 판사의 이름을 걸고 법정을 찾는 고객들의 서비스 만족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에도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법조가 국민들로부터 지적받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개선 노력이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최형표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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