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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법전 읽지 못하는 법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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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2021년 제10회 변호사시험부터 기존의 국한문이 혼용된 법전이 아닌 모두 한글로 된 법전을 변호사시험장에서 응시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로스쿨생들이 로스쿨에 진학하기 전부터 한자공부를 하느라 어려움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고, 여러 경로로 법무부에 건의 내지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만시지탄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굳이 법령 원문 대신 한글로 변환하는 서비스까지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로스쿨에서의 충실한 교육이 요청되는 상황에서 한글법전은 자칫 로스쿨생들에게 당장 쉽게 시험을 준비하는 편의는 주겠지만 제대로 된 법학교육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 아직 우리 법전은 대부분 한자어로 되어 있고 이를 좀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의 뜻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법전의 한글화 작업은 별로 진전이 없는데도 법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이제 한자는 전혀 알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일까. 사례형 문제를 채점하고 또 첨삭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법규정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 채 마구잡이로 외운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문장도 논리적이지 못한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한자를 몰라 법률용어와 문장의 이해가 느린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럼에도 한자공부를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응시자의 수험권을 보장해 주려는 것이라니 참 이해하기 어렵다. 이왕 법무부에서 응시자의 수험권을 도와주려면 변호사시험의 사례형과 기록형 시험의 채점기준이라도 최소한 공개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 표준판례 선정 작업을 하여 최근 민법과 형법의 표준판례서를 발간하고 여러 기관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다른 과목에 대한 작업도 계속해 나가겠다고 한다. 변호사시험에서 구석진 판례까지 출제되어 로스쿨 교수들이 교육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면서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하려면 로스쿨 교육부터 표준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다. 그런데 표준판례가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에게 과연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현재 공부하고 있는 판례가 표준판례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표준판례이면 더 깊이 공부하고, 아니면 대강 보고 넘기면 된다는 것일까. 변호사시험의 출제위원이 대부분 로스쿨 교수들이면서 '구석진 곳의 판례'를 출제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실제 변호사시험에 출제된 판례는 출제위원들의 합의에 따라 대부분 상당한 의미가 있는 판례라고 평가된다. 또한 구석진 판례 1~2개 모른다고 시험에 떨어지지도 않는다. 결국 표준판례 여부를 확인하는 수고만 가중하는 것으로 끝날지 모르겠다. 

 

모두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다고 나온 정책들이 법전을 읽지도 못하고 표준화된 판례만 공부하게 하는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정말 자격이 있는 법조인이 많이 나오길 바라면서 우리나라의 법조인 양성제도가 잘 되어가고 있는지 깊은 고민과 반성이 절실하다.

 

 

이창현 교수(한국외대 로스쿨)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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