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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폐지는 신중해야

제21대 국회 개원을 앞둔 여야가 법제사법위원회 개혁방안을 두고 공방을 벌이면서 정치쟁점화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하는 국회 추진단'을 가동하면서 법안 처리 지연의 주범으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꼽으면서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법사위가 체계·자구심사권을 게이트키퍼(gate keeper) 수단으로 악용하는 악습을 끊을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호영 미래통합당 신임 원내대표는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이 법안 처리 지연수단으로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자칫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폐지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여야 간의 입장 차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제17대 국회에서는 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법사위를 비난한 데 반해, 제18대와 제19대에 다수당을 차지했던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은 야당이 법사위를 변칙 운용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제18대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이 나서서 체계·자구심사권을 관장하는 별도 기구를 두자고 주장했는데, 이는 지금의 민주당의 주장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사실 법률안 체계·자구심사권 자체는 죄가 없다. 1951년 처음 도입되어 70년이 된 이 제도는 법률안이 헌법이나 다른 법률의 체계와 충돌되거나 모순되지 않은지, 법률안의 문구가 명확한 것인지를 다시 판단받도록 하자는 제도일 뿐이다. 지금도 국회 통과 법률 중 1년에 10건 정도의 법률이 위헌으로 판단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법사위의 법률안 체계·자구심사권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상임위가 세분화·전문화되어 법사위의 심사가 필요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오히려 상임위를 중심으로 법률안 심사가 진행되는 탓에 각계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변호사단체가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법사위로 넘어온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하여 극력 반대하는 이유도 법률안 심사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장이 제대로 논의되거나 반영되지 못했다는 피해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법사위의 법률안 체계·자구심사권 제도가 순기능을 해왔고, 다수당의 일방통행식 입법 추진에 대해 어느 정도 견제 역할을 해온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제도를 운용하다가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난다면 이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지, 수십 년간 운용해온 제도를 다수의 논리로 한순간에 없애버리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야당은 더 이상 법사위가 체계·자구심사권를 무기로 월권을 행사한다는 비난을 듣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여당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협치의 정신으로 제도의 미비점을 찾아 보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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