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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의 복장과 공정한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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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재판에서 당사자들은 대개 정장과 같이 단정한 복장으로 법정에 출석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 정도는 아니더라도 법정에서 분위기를 해치거나 튀는 복장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형사재판의 경우는 다르다. 구속 피고인들은 법정에 출석할 때 대부분 수용자복을 입고 나오고 불구속 피고인도 정장을 입고 법정에 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궁금해서 친분이 있는 변호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첫째,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복장에 신경 쓸 정신적 겨를이 없다. 피고인은 형사재판을 받는다는 현실 그 자체로 이른바 멘탈 붕괴 직전이라는 것이다. 

 

둘째, 최대한 판사에게 애처롭게 보여야 한다. 자칫 말끔한 정장 차림은 반성하지 아니하는 태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속 피고인이 사복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할 수 있음에도 대부분 수용자복을 입고 출석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문득 형사법정에서 어떤 피고인이 솔기가 다 보이도록 티셔츠를 뒤집어 입고는 멍한 눈으로 선처를 호소하던 장면이 생각났다. 

 

이상적으로 볼 때, 법정은 당사자들이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유지하면서 합리적으로 변론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형사법정은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유지하지 못한 피고인들이 합리적 변론보다는 판사의 감정에 호소하는 데 더 신경을 쓰는 그런 공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은 형벌의 위험을 앞두고 있다. 그들에게 당위로써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유지할 것과 감정보다는 합리적 이성에 호소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법정에서 변호인이 이성적, 감성적으로 피고인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고 판사가 보다 친절하고 여유 있게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어려운 처지에 있는 피고인을 불쌍히 여겨서만은 아니다. 그럴 때에만 조금이나마 피고인의 합리적 변론을 기대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서 이상적이고 공정한 재판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에서 깔끔한 복장을 한 피고인들을 보다 많이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박광서 고법판사(수원고법)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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