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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K-기업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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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상반기, 전세계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항공운송과 스포츠리그가 일제히 멈추고 거리의 상점들은 문을 닫았으며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상태가 몇 달째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 사태 초기 확진자의 급증 등 어려움 속에서도, 무증상 감염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함과 동시에 드라이브스루 검사 세계최초도입, 확진자 동선공개, 자가격리 앱 개발 등 대규모의 선제적, 공격적 방역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코로나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했다는 찬사를 받았고, 이는 K-팝, K-뷰티 등에 이은 K-방역이라는 신조어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한국의 경제위기 도래 가능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실물경기의 V자 회복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년 하반기부터 12년 만에 지난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를 능가하는 대규모 기업도산사태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1/4분기 전국 법인파산 신청건수가 무려 252건(전년 동기 대비 26%증가)을 기록하며 차츰 폭풍전야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업종별로는 건설, 조선, 해운 등 전통적 위기업종에 더하여 여행, 항공운수, 숙박, 엔터테인먼트 등 새롭게 나타난 위기업종들의 워크아웃·회생절차(법정관리)·파산절차 쇄도가 예상된다. 그런데 우리의 기업구조조정 법제도는 이에 대해 어떠한 사전준비를 하고 있을까? 

 

미국 연준은 코로나 쇼크, 유가급락 등을 이유로 3월초 주가지수가 폭락하자, 기준금리 0% 수준의 대폭인하, 무제한적 양적완화 및 이를 통한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 매입, 대규모 중소기업 대출 등 상상을 뛰어넘는, 종전의 일반적 경제이론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경악할 만한 대책들을 연달아 발표하였다. 이에 부실기업들의 모럴해저드 확산, 하이퍼인플레이션 발생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주장이 적지 않았지만, 연준은 현 시기가 1930년대 대공황에 준하는 준전시상황이라는 인식하에 '폭격기급' 대책들을 밀어붙였고, 그에 따라 현재 미국의 자본시장은 당초 최악의 전망치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반적으로 법적 안정성이 중시되는 법제도의 개편은, 상황에 따른 기민한 유연성이 필수적인 자본시장의 정책개편보다는 보수적일 필요가 있다. 나아가 효율성 측면에서의 기업구조조정제도 재편 논의는 그간 대체로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조장우려', '공정성 관점에서 문제발생우려' 등의 반론에 부딪혀 정체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즉, 자본시장정책과 일반 법제의 경계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기업구조조정 법제는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패러다임의 혁신적 변화가 쉽지 않은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대규모 리세션(recession)이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는, 한 차원 다른 기업구조조정 제도 개선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서울회생법원의 설치, 기촉법의 6차 재연장, P-Plan제도·자율구조조정지원프로그램(ARS Program)·채무자 자금지출행위 포괄허가제도 등의 도입, 회생절차 신규 차입자금(DIP Financing)의 견련파산절차 최우선변제권 도입 등 효율성에 중점을 둔 기업구조조정 관련 일련의 제도개선이 있었다.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이지만, 좀 더 혁신적이고 근본적인 제도개선책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십수 년간 논의되었던 기업구조조정 제도개선 과제들로, 회생절차 진행의 지나친 장기화(특히 지방소재 법원에서), DIP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회생계획상 출자전환 등에 따른 기업지배권 상실 위험성,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는 DIP Financing, 부실기업 신규대출의 배임죄 인정 리스크, 회생신청시 여전한 유무형의 낙인효과(특히 신규수주 절벽), 도산절차신청을 이유로 한 기존 계약관계의 해지(건설현장 타절 등) 및 금융채권 기한의 이익상실, 대손충당금 설정에 따른 금융기관 채권자들의 비협조 경향, 기업회생시 대표자의 개인연대보증 단절문제, 도산법 전문인력의 부족 등이 거론되었으나, 실질적인 진전은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이러한 제도적, 비제도적 장벽들은 여전히 위기기업들로 하여금 선뜻 기업구조조정절차를 선택하지 못하도록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들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장벽들의 근원에는 대체로 채무자의 모럴해저드를 방지해야 한다는 이념이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패한 기업가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고,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이러한 기본명제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나, 장차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대규모 기업도산상황에서도 그러한 도그마를 계속 관철하여야 할 당위성이 있는지에 대하여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일반적 상황이라면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침해 논란으로 시행이 거의 불가능했을 확진자 동선공개,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 등의 비상조치가 큰 반발없이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경제위기 악화라는 더 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보다 유연한 기업구조조정제도 개선책을 많은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하여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필자는 위기기업들의 회생절차 신청 직후 초기단계, 즉 신규수주 및 생산·영업에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할 운명적 골든타임 시기에 어려운 보고서류업무 등으로 난관을 겪고 있는 기업의 임직원들을 바라보면서 몇 가지 개선책을 떠올려보았다. 예컨대 현재 모든 기업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기업가치평가를 채권자협의회의 요청이 있는 등 특별한 경우에만 진행하는 것, 사실상 이중절차인 채권목록제출·신고제도를 간편히 일원화하는 것, 회사의 자금지출 행위 등에 대한 원칙적 사전허가를 원칙적 사후보고로 변경하고 추후 위법이 드러났을 경우에만 의법조치하는 것 등이다. 그렇게 되면 채무자의 시간과 노력, 비용을 절약해 보다 효과적인 곳에 사용하여 성공적 회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코로나19의 종국적 진정에는 사후 치료제보다 사전 백신이 더욱 필요하듯, 기업구조조정의 취지도 예방적 구조조정 역할에 더욱 방점이 찍혀야 할 것이다. 위기의 초기단계, 위기가 감지되기 이전이라도 과감히 구조조정의 결단을 하여 백신을 맞아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구조조정절차가 좀 더 쉬워지고, 빨라지며, 저비용이 되어 많은 위기기업들의 적극적 선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 각국에서 부실기업에 대한 무제한 지원을 시행하고 있고, 특히 한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아예 전국민 대상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한 상황이다. 기존의 신자유주의 관성에 따른 잣대로 보면 매우 이해하기 어렵지만, 역대 유례없는 비상시국에서 도산기업의 폭발적 발생 및 이에 따른 근로자의 대량실직을 방지하기 위해 다소의 부작용을 감수하고 펼치는 파상적인 대책들은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본다. 대형 경제위기의 현실화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기업구조조정의 심장부이자 질병관리본부라고 할 서울회생법원, 주요 국책은행들은 과연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세계에 자랑할 만한 기업구조조정의 성공사례를 다수 만들어 마침내 K-기업구조조정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 주의깊게 지켜보게 된다.

 

 

최효종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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