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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늑장재판으로 인한 지연손해금 폭탄은 막아야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소촉법)이 제정·시행된 것은 1981년초였다. 소촉법 제3조를 두어 법원이 금전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 등을 선고하는 경우 그 지연이율은 소장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는 날로부터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하도록 하였다. 당시 시행령에 따른 법정이율은 연 25%였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엄청난 고율이나, 당시 경제 상황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98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 28.7%,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18. 6% 였다. 실질금리는 -10.1%였다. 별도의 제재수단이 없다면 채무자는 돈을 갚으라는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가급적 늦게 갚는 것이 상책이었다. 소촉법에서 법정이율 규정을 둔 이유는 자명했다. 민사상의 법정이율을 현실화하여 채권자에게는 실질 손해를 배상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채무자에 대하여는 악의적 소송지연과 상소권 남용을 막고자 함에 있었던 것이다. 소촉법 제3조가 소정의 목적을 온전히 달성했는지에 대하여는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 최소한 채무자로 하여금 돈을 갚으라는 법원 판결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가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고율의 지연손해금에 대한 불만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국내의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금융기관의 금리가 하향되는데 반하여 법정이율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의 연 12%의 법정이율도 '제로(0) 금리' 시대에 접어든 경제현실을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최근 제기된 소촉법상 법정이율의 논란이 새로운 관점에서 촉발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재판이 지체·지연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채무자의 지연손해금이 눈덩이처럼 늘어난다는 불만이다. 돌이켜 보면,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당사자간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 다툼이 1심에서 끝나지 않고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상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 2~3년간의 재판을 거치다 보면 채무자가 갚아야 할 지연손해금이 원금을 초과하는 안타까운 일마저 있다고 한다. 실제로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19 사법연감' 자료에 따르면 민사 재판의 1심 사건 처리율이 최근 5년 중 가장 낮았고, 특히 1심 민사합의부 사건 처리율은 90%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법원의 늑장 재판으로 채무자가 불필요한 지연이자를 물게 되었다는 소송당사자와 변호사들의 비판을 그냥 흘려 보내기 어렵게 되었다. 심지어 어떤 변호사들은 대법원이 여러해 소송을 끈 뒤 상고를 기각하면서 자세한 이유도 밝히지 않아 당사자에 죄짓는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신중하게 결론을 도출하여야 한다는 법원의 고충과 격무에 시달리는 재판부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공연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사법부에 일부 이완된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논란을 통하여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금과옥조(金科玉條)임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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